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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막겠다는데 전세 멸종"…안심신탁의 역설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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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막겠다는데 전세 멸종"…안심신탁의 역설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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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전세사기와 역전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안심신탁제도'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임대인이 아닌 별도의 공적 기관에 예치해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보증금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운용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을 임대인에게 지급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임차인의 보증금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합니다. 전세사기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잇따르는 만큼 기존 제도의 허점을 보완할 필요도 있습니다. 문제는 안심신탁이 전세제도의 작동 원리와 국내 임대차시장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한 대책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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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보증금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체결한 계약에 따라 이전되는 자금입니다. 임대인은 계약 기간에 보증금을 활용하는 대신 계약이 끝나면 이를 돌려줄 의무를 집니다. 전세보증금의 사용을 제한하고 공적 기관에 의무적으로 예치하도록 하면 임대인의 재산권과 계약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 운영되는 에스크로 제도와 단순하게 비교하기도 어렵습니다. 영국과 미국 등에서 임대차 보증금은 일반적으로 주택 파손과 월세 연체에 대비한 담보 성격이 강합니다. 국내 전세보증금처럼 주택 매매가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자금과는 규모 및 기능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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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전세는 임대인이 목돈을 조달하고 임차인은 월세 부담을 줄이는 구조로 유지돼 왔습니다. 임대인에게 전세보증금은 반환해야 할 부채인 동시에 일정 기간 활용할 수 있는 자금입니다. 임차인은 목돈을 맡기는 대신 매달 월세를 내지 않습니다. 이런 자금 활용 기능을 빼놓고 전세제도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안심신탁이 전면적으로 시행되면 임대인은 보증금을 직접 활용할 수 없게 됩니다. 신탁기관이 보증금을 국공채 등 안정적인 자산으로 운용한 뒤 수익을 지급하더라도 임대인이 기존 전세 계약에서 얻던 자금 조달 효과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합니다.


    임대인이 전세를 유지할 유인이 줄면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전세 공급이 감소한 상태에서 월세 수요가 증가하면 임차인의 매달 주거비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청년층과 무주택 가구는 월세를 내면서 내 집 마련에 필요한 자금을 모아야 합니다.

    보증금 운용 주체와 책임 범위도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신탁기관이 어떤 자산에 보증금을 투자할지,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손실을 누가 부담할지 명확하게 해야 합니다. 공적 기관이 운용을 맡는다는 이유만으로 원금과 수익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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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사기의 원인은 제도 자체보다 반환 능력이 부족한 임대인의 무리한 주택 매입과 시세를 넘은 보증금 설정, 불충분한 정보 공개와 보증제도의 허점에서 찾아야 합니다. 악성 임대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임대인의 부채와 보증사고 이력을 임차인이 계약 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우선될 수 있습니다. 보증보험 가입 요건과 주택가격 산정 방식도 정교하게 손볼 필요가 있습니다.

    임차인 보호를 위해 전세보증금의 안전장치를 강화해야 합니다. 보호 방식이 전세 공급을 위축시키고 월세 부담을 키울 가능성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안심신탁은 전면 도입에 앞서 적용 대상과 예치 비율을 제한한 시범사업을 통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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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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