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생한 태국과의 국경 분쟁과 온라인 금융사기(스캠) 사태는 캄보디아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줬다. 안전 문제가 불거지며 관광객 수가 크게 줄었고, 기업의 투자 계획도 보류되거나 연기됐다. 하지만 위기는 새로운 기회를 낳고 있다. 지금 캄보디아는 시장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단기 진출과 중장기적 산업 생태계 선점이 모두 가능한 중요한 전환기를 맞았다. 태국과의 분쟁 이후 형성된 공급 공백, 최빈국 지위 졸업을 앞둔 산업 정책 전환이 핵심 배경이다.캄보디아-태국 국경 분쟁은 지난해 말 종료됐으나 수입 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왔다. 태국은 캄보디아의 3대 수입국 중 하나다. 캄보디아는 소비재는 물론 원자재, 산업재까지 폭넓게 태국에 의존해 왔다. 분쟁 여파로 태국산 수입이 줄자 캄보디아 바이어들은 수입처 다변화에 나섰다. 인접국인 베트남을 중심으로 수입이 먼저 늘었으나, 수입처 다변화 흐름이 지속되면서 한국 제품을 찾는 바이어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올해 캄보디아 시장의 전반적인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캄보디아 수출은 화장품, 음료 등 K소비재를 중심으로 지난 5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8.5% 늘었다.
프랜차이즈 진출도 유망하다. 2024년 현지에 진출한 한국계 편의점 E사는 큰 인기를 끌며 2년 만에 점포 수를 20개 이상으로 늘렸다. 커피, 치킨 등 식음료 분야의 한국 프랜차이즈도 속속 진출을 준비 중이다. 현지 KOTRA 무역관에도 한국 파트너를 찾는 기업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최빈국 지위 졸업에 따른 산업 구조 전환도 주목해야 한다. 캄보디아는 2000년대 이후 연평균 6% 안팎의 고성장을 바탕으로 2029년 말 최빈국 지위를 졸업한다. 특혜 관세와 저임금에 기대온 노동집약적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중진국으로 도약해야 하는 시기다. 캄보디아 정부 역시 중장기적 관점에서 산업 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동차, 전자 등 고부가가치 제조업이 대표적이다. 캄보디아는 2022년 범부처 차원의 자동차, 전자 산업 개발 로드맵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2027년까지 두 산업에서 21억달러 수출, 2만 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삼았다. 2030년까지 전기차와 오토바이 80만 대를 보급하는 게 핵심이다. 최근에는 중국과 일본의 전기차 기업이 현지에 조립공장을 세우기도 했다.
농산업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캄보디아는 쌀, 카사바, 캐슈너트, 망고 등을 연간 50억달러어치 이상 수출하는 농업 강국이다. 하지만 원물 위주의 수출 방식이 한계로 지적받아 왔다. 이에 캄보디아는 국가 농업발전 정책을 발표한 뒤 생산성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작물이 캐슈넛이다. 캄보디아는 세계 캐슈너트 생산의 20% 이상을 차지하지만, 생산량의 90% 이상을 원물 상태로 수출했다. 5% 수준인 자체 가공 비중을 2032년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현지에 이미 진출한 일본 기업 등 글로벌 기업의 투자 확대와 신규 진출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캄보디아는 높은 성장률과 젊은 인구 구조를 바탕으로 기회의 땅으로 불려 왔다. 오는 2027년은 한국과 캄보디아가 재수교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 기업이 새로운 기회를 선점해 경제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어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