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바레인, 요르단 등 미군이 주둔한 걸프 주변국의 민간 기반 시설 등을 공격하고 나섰다. 미국이 7일째 이란을 공습하며 공격 범위를 공항, 철도, 교량 등 민간 기반 시설로까지 확대하자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이란은 미국이 종전 양해각서(MOU)에 따른 모든 의무를 사실상 위반 및 중단했고, 이란 역시 의무 이행을 중단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란 타스님통신과 파르스통신 등은 18일(현지시간) 미국과의 협상에서 이란 측 실무 협상팀을 이끄는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교차관이 미국과의 종전 MOU에 따른 의무 이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가리바바디 차관은 미국이 종전 MOU에 따른 모든 의무를 위반 및 중단했고, "우리 역시 의무 이행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이란이 합의를 준수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으로부터 협상 재개를 위한 연락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협상 중이었으나 미국은 이슬라마바드 MOU에 따른 의무를 위반해 침략적인 행동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반격 범위를 바레인, 요르단, 카타르 등 걸프 전역으로 넓힌 모양새다.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쿠웨이트 정부는 이란이 이틀 연속 쿠웨이트 내 발전·담수화 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쿠웨이트 전력·수자원부는 일부 발전 설비의 가동이 중단됐다고 발표했다. 쿠웨이트석유공사(KPC)도 석유 시설 한 곳에 상당한 피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쿠웨이트 국제공항도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 이는 반복되는 미사일·드론 공격 위협 때문이다.
쿠웨이트 외교부는 "필수 시설에 대한 거듭된 공격은 민간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이란 비판에 나섰다. 이어 "민간인 지역과 필수 기반 시설에 대한 체계적인 적대적 접근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바레인 당국은 이날 오전 두 차례 공습경보를 발령했다. 바레인 군은 성명에서 이날 이란의 공습을 여러 차례 방공 시스템으로 요격했고, 군의 전투 대비 태세를 격상했다고 밝혔다.
요르단 군도 이란 미사일 10발을 요격했고, 사상자와 물적 피해는 없다고 발표했다. 카타르도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란이 3개월 만에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 동쪽 알카르지와 홍해 연안 얀부에서 공습경보가 발령됐고, 미군이 주둔하는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가 공격받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소식을 알렸다. 다만 사우디 정부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이란은 미국이 기반 시설을 공격한 데 대한 대응이라는 입장이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이란에 대한 7일 연속 공습을 마쳤다고 밝혔다.
IRGC는 성명을 통해 "미군의 야만성을 막아줄 국제기구가 없는 만큼 우리에게 남은 길은 쿠란의 가르침대로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IRGC는 미 해군 유류 지원에 사용된다는 이유로 쿠웨이트의 알아마디 항구와 미국 통신센터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주변국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카타르·바레인·오만 등 6개국 경제협력체인 걸프협력회의(GCC)는 이날 쿠웨이트, 바레인, 요르단에 대한 이란의 공격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자심 무함마드 알부다이위 GCC 사무총장은 "민간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은 전쟁범죄"라며 "이란의 행동은 유엔헌장과 국제법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자 긴장을 고조시키는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밝혔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