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5위 화장품 용기 업체 창신이 패키징뿐 아니라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브랜딩·마케팅, 유통까지 뷰티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솔루션 회사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용기 업체 중에선 최초의 시도다. 올해 연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한 뒤 2030년까지 5000억 원의 실적을 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매출 상승세…지분 투자로 사업 확장
신건우 창신 대표(47·사진)는 19일 한국경제신문 인터뷰에서 “적극적인 ‘볼트온’(동종 업계 인수) 전략을 활용해 화장품 제조·판매 생태계 전반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겠다”고 말했다. ODM부터 벤더(유통), 다중채널네트워크(MCN)까지 분야별 전문 회사에 지분을 투자해 사업을 대폭 확장하겠다는 얘기다. 유사한 모델로 화장품 풀서비스 플랫폼 업체인 씨티케이코스메틱스, 본느 등이 있지만, 용기 회사가 뛰어든 건 처음이다. 실제 투자가 이뤄질 시점은 6개월~1년 내로 예상된다. 신 대표는 “600곳에 달하는 창신의 국내외 고객사가 플랫폼의 기반”이라며 “인디 브랜드가 가장 먼저 찾는 제조 파트너가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창신의 작년 매출은 750억원으로, 화장품 용기 업계 ‘빅3’로 불리는 펌텍코리아·연우·삼화, 4위 업체인 코코스팩의 뒤를 잇는다. 38년간 한 우물만 파온 덕에 업계에선 인지도가 상당하다. 최근 들어 실적 상승세도 가파르다. 연 매출이 2023년 481억원에서 2024년 740억원으로 54%가량 뛰었다. 한 글로벌 스킨케어 업체로부터 대량으로 수주를 따낸 영향이었다. 신 대표는 “올해 매출은 11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며 “볼트온 기반 플랫폼 구축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는 가정하에 내년 1400억원, 2028년 2000억원대, 2029년 3000억원대, 2030년 5000억원 달성이 목표”라고 했다.
하반기 중 사명도 교체할 계획이다. 창신의 새로운 비전을 담은 이름으로 컨설팅을 받고 있다. 오는 9월에는 서울 강남에 100여평 규모의 사무실을 내고 영업을 본격화한다. 용기 샘플을 비치한 쇼룸과 함께 고객사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신 대표는 “기존에 갖고 있던 금형(틀)과 화장품 개발 데이터에 시장 트렌드를 접목해 고객사에 최적의 제품과 패키지를 한꺼번에 제안하겠다”며 “궁극적으로는 K뷰티 산업의 여러 파트너를 연결하는 허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이드인코리아’ 수요에 올라탈 것”
창신은 경기 화성에 2500평 규모 공장을 두고 화장품 용기 사출부터 후가공, 조립까지 전 공정을 자체 운영하는 패키징 전문 기업이다. 공장의 캐파(CAPA·생산 능력)는 현재 6500만 개 수준인데, 내부 설비 투자(CAPEX)를 통해 5년 내 1억 개 이상까지 늘릴 방침이다. 용기의 틀이 되는 금형은 1500벌가량 확보하고 있다.이 회사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 건 K뷰티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 덕이다. 산업통상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1~6월 화장품 수출액은 70억달러(약 11조원)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신 대표는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에 대한 수요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며 “이미 있는 제품은 너무 잘 팔리고, 새로운 브랜드도 계속 생겨나면서 기존 인프라로는 수요가 적시에 소화되지 못하고 있는 지경”이라고 했다.
ODM 2강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연우, 코스맥스네오 등 자체 용기 개발사를 두고 화장품 제조 과정 전반을 아우르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용기 회사도 ODM사 못지않은 고객 저변을 갖추고 있는 만큼 생태계 확장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게 신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한국은 ODM 인프라가 워낙 강력하다 보니 K뷰티 제품의 품질이 상향 평준화됐고, 결과적으로 ‘잘 만드는 것’보단 ‘잘 파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 시대”라며 “고객사는 원하는 때에 맞춰 신속하게 완벽한 제품을 받고 싶어 하고, 이를 위해선 단계별 분업보단 풀서비스가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용기 업체 특성상 새로운 브랜드사가 계속해서 유입된다”며 “이런 환경 자체가 이미 플랫폼”이라고 덧붙였다.

신 대표는 사모펀드운용사 아크앤파트너스가 약 2400억원에 창신을 인수한 뒤 선임한 첫 전문 경영인이다. 2007년 한국콜마부터 한국화장품제조, 미누스토리 등 화장품 ODM사에서 18년간 일한 경력이 뒷받침됐다. 오랜 기간 이 업계에 몸담으며 쌓아 온 네트워크를 십분 토대로 양질의 투자사를 발굴해 내겠다는 계획이다. 신 대표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바닥을 찍어 본, 단단한 회사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회사의 주인은 바뀌었지만, 직원들은 여전히 한 가족이란 뜻에서 신 대표는 전 직원에 스톡옵션을 지급할 예정이다. 월 매출 신기록을 달성한 지난달에는 공장 앞으로 커피차도 보냈다. 매월 1회 타운홀 미팅 형식의 월례 조회를 열어 직원들과 수시로 교감한다. 신 대표는 “창신의 ‘뉴 비전’을 구성원들과 꾸준히 공유하며 함께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창신의 현재 직원 수는 정규직 80명, 도급직 70~80명 등 150~160명이다. 점진적으로 20~30명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