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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간판 포기할래요"…명문대생들 변심,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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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유서 깊은 부촌인 놉힐. 아파트 문을 열자 말끔한 거리와 딴판인 풍경이 펼쳐졌다. 정리 안 된 매트리스에는 티셔츠가 널브러져 있고, 학생들은 창턱에 대충 걸터앉아 코딩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주방 구석에는 전날 밤샘 코딩의 흔적인듯 피자 부스러기가 붙은 상자가 뒹굴었다. 창업의 꿈을 품고 날아온 예일대생 15명의 공동 거주공간 ‘예일 해커하우스’다.

    그간 실리콘밸리의 핵심 인재는 스탠퍼드대, UC버클리 등 서부 명문대 출신이었다. 동부 명문대 졸업생은 금융·법조계 등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하는 게 정석적인 코스였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열풍 앞에 이런 공식은 깨지고 있다.
    ◇골드만삭스行 대신 ‘창업’
    해커하우스에 머무는 학생들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다. 분야도 AI와 로봇공학, 우주항공, 핀테크, 바이오 등으로 다양하다. 서류와 면접 전형을 거쳐 선발된 이들은 3개월간 무료로 머무른다. 여름방학이 끝나면 이들 중 일부는 본교에 복귀해 학업을 병행하고 나머지는 샌프란시스코에 남아 사업을 본궤도에 올릴 예정이다.


    해커하우스를 기획한 이는 예일대 4학년인 니콜라스 거틀러(21). 작년 여름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 머물며 AI 열풍을 직접 목격했다. 그는 “실리콘밸리 창업을 원하는 동문들에게 살 곳과 커뮤니티, 인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예일대 창업가학회 지원을 받아 올여름부터 해커하우스를 임차했다.


    그간 아이비리그 학생들의 전형적인 여름 인턴 코스는 뉴욕 또는 워싱턴DC에 있는 투자은행(IB)이나 대형 로펌, 글로벌 컨설팅기업이었다. 법조·금융 엘리트로 성장하는 경로다. 지난 10년간 예일대 학부 졸업생이 가장 많이 취직한 기업은 대학원생이나 교직원 등의 본교를 제외하면 맥킨지앤컴퍼니·골드만삭스·베인앤컴퍼니·보스턴컨설팅그룹·모건스탠리 등이었다. 이 회사들이 몰려 있는 뉴욕과 워싱턴DC, 코네티컷·메사추세츠로 졸업생이 이동하는 비율이 61%에 달한 이유다.


    거틀러와 함께 AI 토지이용 스타트업 덴시티파트너스를 공동 창업한 루카스 산토스(21)는 대기업 ‘간판’보다 세상을 바꾸는 일을 택했다. 그는 “예일대생이 명예(prestige)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예일대 합격 자체가 이미 명예 레이스에서의 승리를 의미한다”며 “이제 진정 의미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했다.
    ◇실리콘밸리 VC도 눈독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자도 이들의 행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간 인재망에 잡히지 않던 동부의 숨은 보석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팰런티어 공동창업자 조 론스데일이 이끄는 실리콘밸리 대표 VC ‘8VC’와 스페이스XAI 관계자들이 해커하우스를 찾고 있다. 최근 한화그룹 벤처투자 팀도 해커하우스를 방문해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한화그룹은 2024년 샌프란시스코에 ‘SF AI센터’를 열고 머코어, 일레븐랩스, xAI(현 스페이스XAI) 등 주요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최근 미 대학들은 서부 혁신 생태계와 학교를 잇는 상설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다. 카네기멜론·퍼듀·위스콘신매디슨 등 중서부 8개 대학은 지난 3월 샌프란시스코에 공동 스타트업 지원기관인 ‘서드 코스트 파운드리’를 세웠다. 학생들의 서부 진출을 돕는 허브 역할을 한다. ‘남부의 하버드대’로 불리는 테네시주 벤더빌트대는 내년 샌프란시스코 캠퍼스를 개교한다고 지난 1월 발표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인턴십·창업을 하며 풀타임 학위를 받는다. 민간 부문에서는 인큐베이터 ‘텍트렉(TechTrek)’이 하버드, 메사추세츠공대(MIT), 프린스턴 등에서 창업 인재들을 선발해 실리콘밸리로 데려오고 있다.

    AI가 만들어낼 기회를 낙관하는 정서만큼이나 반대 기류도 존재한다. 지난 5월 애리조나대 졸업생들은 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졸업식 축사에서 AI를 기술 혁명이라고 표현하자 거센 야유와 항의를 쏟아냈다. 지난달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는 순다 피차이 구글 CEO가 ‘AI’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는데도 대학생 200여 명이 집단 퇴장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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