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3년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정기예금이 증시 변동성에 지친 투자자의 대안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는 가운데 금융회사들이 잇달아 예금금리를 높이며 고객 유치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금리 인상 본격화…예금으로 다시 돈 몰린다
17일 은행연합회와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시중은행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연 3.85%까지 올라섰다. 저축은행에서는 연 4% 이상 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예금 상품이 170개에 달하는 등 금리 인상 국면을 맞아 예금금리 경쟁도 한층 달아올랐다.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연 2.75%로 인상하며 3년 6개월 만에 긴축 기조로 전환했다. 반도체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국내 성장세가 예상보다 강해진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 점이 금리 인상의 배경이 됐다.
이번 인상을 시작으로 추가 긴축이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제 유가와 근원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가계대출과 수도권 집값의 오름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연내 기준금리가 다시 연 3%대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처럼 금리 인상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금융회사들도 정기예금 금리를 잇달아 높이며 수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 시중 자금도 정기예금으로 유입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원화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4월 말 1105조4181억원에서 5월 말 1120조543억원으로 한 달 새 약 14조6362억원 증가했다.
상호저축은행 수신 잔액도 지난해 말 100조원 아래로 내려갔다가 올해 4월 100조6607억원으로 다시 100조원대를 회복했고, 5월 말에도 100조4487억원을 기록하며 두 달 연속 100조원대를 유지했다.
시중은행 최고 정기예금 금리는 연 4% 턱밑까지 올라섰다. 저축은행에서는 연 4% 이상 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예금 상품이 170개에 달하는 등 고금리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시중은행 최고 연 3.85%…저축은행은 4%대 경쟁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12개월 만기 기준 제1금융권 정기예금의 최고금리는 현재 연 3.85%를 기록하고 있다. 주요 5대 시중은행의 경우에도 최고금리가 연 3.30%까지 올라선 상태다.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으로 최고 연 3.85%를 제공한다. 다만 최초 거래와 펀드 잔액 3000만원 이상 유지 등 여러 우대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광주은행 굿스타트예금은 첫 거래와 마케팅 동의 정도만으로 최고 연 3.84%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복잡한 우대조건 없이 앱으로 즉시 가입 가능한 비대면 편의성을 앞세워 차별화에 나섰다. 케이뱅크의 코드K 정기예금은 조건 없이 연 3.61%, 카카오뱅크 정기예금은 연 3.60%의 금리를 제공한다. 가입 즉시 선이자를 지급하는 토스뱅크의 먼저 이자 받는 정기예금(연 3.40%)도 차별화된 서비스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저축은행권의 움직임은 더욱 공격적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현재 연 4% 이상 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예금 상품은 약 170개에 달했다. CK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이 최고 연 4.45%, HB저축은행은 연 4.41%, JT친애·더K·바로저축은행 등도 연 4.40% 수준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상당수 상품은 별도의 우대조건 없이 기본금리만으로 연 4% 이상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고금리 특판에는 실제 투자자들도 빠르게 몰리고 있다. 지난달 라온저축은행이 총 100억원 한도로 판매한 연 4.60% 비대면 특판 정기예금은 판매를 시작한 당일 준비 물량이 모두 소진되며 조기 마감됐다.
증시 변동성에 예금 선호 커질 듯
기준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으로 예금금리 오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도 맞물리면서 정기예금의 매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성인 전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기예금 금리가 높아진 배경은 기준금리 인상 기대와 함께 은행채 등 자금 조달금리 상승이 반영된 영향이 크다"며 "올해 상반기에는 주식시장 수익률이 워낙 높아 투자자금이 증시로 이동하면서 은행들이 예금을 유치하기 위해 금리를 경쟁적으로 높일 유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식시장 수익률이 높을 때는 투자자들이 예금보다 주식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최근처럼 변동성이 확대되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다시 이동할 수 있다"며 "당분간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이어질 경우 이러한 흐름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연지 한경닷컴 기자 kong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