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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유망주? 이제는 와일드한 프로죠"…발레리나 이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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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유망주? 이제는 와일드한 프로죠"…발레리나 이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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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살 무렵 바비인형이 춤추는 비디오를 수백 번 돌려보던 소녀는 현재 미국 프로 발레단 무용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시절 '엘리트 유망주'라 불렸던 발레리나 이윤주(23). 지난해 조기 졸업과 동시에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발레단으로 향한 그는 준단원으로 입단한 지 반 년 만인 지난 2월 정식 군무 단원이 됐다.

    클래식 발레에 강한 학생에서 현대 작품까지 소화하는 프로 무용수로 한 단계 성장한 그는 오는 25일 성남아트센터 '2026 발레스타즈'를 통해 국내 관객과 다시 만난다.




    "예전의 저는 차분하고 깔끔한 무용수였다면, 지금은 조금 더 당차고 와일드해졌어요." 지난 16일 만난 이윤주는 휴스턴에서의 첫 몇 달은 낯선 도시와 낯선 언어, 낯선 사람들 속에서 버티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부모 품을 떠나 혼자 살아보는 것도 처음, 해외 생활도 처음이었다. 하지만 세계 각국에서 모인 무용수들과 함께 춤추며 그는 빠르게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갔다.


    졸업을 앞두고 여러 발레단의 세컨드 컴퍼니 제안을 받았지만 그는 곧장 메인 컴퍼니에 도전하는 길을 택했다. 모험이었지만 계산 없는 선택은 아니었다. 휴스턴 발레단은 고전과 컨템포러리를 균형 있게 올리는 발레단이다. "직접 와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단단하고 예술적으로도 수준 높은 발레단이라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프로 무대엔 군무 한 자리조차 결코 가볍지 않다. 한 사람의 실수가 작품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만큼 모든 동작에 책임이 따른다. 이윤주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존 크랑코의 대표작이자 수많은 무용수들의 꿈의 무대로 꼽히는 '오네긴'에서 군무 첫 번째 캐스팅으로 무대에 섰고, 최근에는 시즌 마지막 작품인 컨템포러리 '시수(Sisu)'에서 안무가의 눈에 들어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다. 핀란드어로 '조용하지만 강인한 의지'를 뜻하는 작품 제목처럼, 이 무대는 그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에 있을 때는 제가 네오클래식이나 컨템포러리에 약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클래식 발레를 더 선호했죠. 그런데 휴스턴에서 여러 현대 작품을 하면서 '나도 컨템포러리에서 빛을 볼 수 있겠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다양한 무용수들과 교감하고 새로운 움직임을 배우면서 저도 많이 달라졌어요."




    '2026 발레스타즈' 공연에 참여한 계기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시절 은사인 김용걸 전 교수의 권유 때문이다. "해외 발레단에 처음 가면 좋은 배역을 맡기가 쉽지 않은데 한국에서 좋은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날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이번 공연에서 그는 두 가지 컨템퍼러리 무대를 준비했다. 우선 한예종 동문 이은수와 함께 김용걸 안무의 '회색빛 하늘'을 선보인다. 이별한 연인의 기억을 그린 2인무로, 3년 전 미국 잭슨 국제발레콩쿠르를 준비하며 컨템포러리 레퍼토리로 연습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The Nature'에서는 이승현 전 털사발레단(미국) 무용수와 함께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선율에 맞춘 강렬하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펼친다.

    화려한 무대도 좋지만 발레단 생활의 가장 좋은 점은 따로 있었다. 이윤주는 "포인트슈즈를 지원받는 것"이라며 웃었다. "제 발에 맞춘 슈즈를 받으니 정말 좋아요. 학생 때는 토슈즈를 최대한 아껴 신어도 한 달에 10켤레 정도 사서 썼어요. 한 켤레에 10만 원 정도니까 부담이 정말 컸죠. 전공생들은 입시를 준비하면서 개인 레슨도 받고, 부상 관리를 위한 물리치료나 PT도 받아야 하잖아요. 부모님의 헌신 없이는 정말 쉽지 않은 길인 것 같아요."





    그는 후배들에게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보라고 권한다. "한국에도 좋은 무대가 많지만 직접 해외에 나가 몸으로 부딪치며 배우는 경험은 정말 커요. 영어도, 음식도 생각보다 금방 적응하게 됩니다. 먼저 다가가면 친구도 빨리 생기고요. 후배들도 주저하지 말고 더 큰 무대에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무대에 대한 마음은 학생 시절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연습실에서는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편이에요. 그런데 무대에만 올라가면 그 힘든 과정이 다 사라져요. '내가 이 희열을 느끼려고 그렇게 연습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답니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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