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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환율정책의 반면교사…원·달러 환율 안정 대책 필요하다[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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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환율정책의 반면교사…원·달러 환율 안정 대책 필요하다[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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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율 문제로 우리보다 더 고충을 겪는 국가가 일본이다. 구두, 달러 매도, 금리인상 등을 통해 엔저를 저지하기 위한 노력이 무력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레이트 제트 등을 통해 미국과 공조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 일본 과거 돌아보니
    1980년대 이후 일본의 환율정책은 미국과 맞물려 있다. 2차 오일쇼크 이후 총수요 관리 정책인 케인즈언에 익숙했던 미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이 엄습했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쌍둥이 적자가 늘어났다. 성장과 재정적자는 공급 중시 경제학인 레이거노믹스로 풀어낼 수 있었다.

    문제는 경상수지 적자다. 오히려 레이거노믹스의 핵심인 감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입이 늘어 더 확대됐다. 미국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위험수위를 넘자 궁여지책 속에 마련된 것이 선진 5개국 간 플라자 협정이다. 유일한 목적인 엔고를 유도해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미국이 주도가 된 플라자 협정의 효과는 강력했다. 1985년 9월 260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이 1995년 4월에는 79엔대까지 급락했다. 엔고의 위력은 당시 일본 경제 3대 상징인 도요타, 소니, 파나소닉을 무너뜨렸다. 1990년대 들어서는 도저히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봤던 부동산 등 자산 가격에 낀 거품마저 붕괴됐다.

    플라자 협정 체결 이후 5년 만에 이번에는 일본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치자 대처 방안을 놓고 대격돌이 발생했다. 경기부터 살려야 한다는 대장성 패러다임과 물가안정을 중시하겠다는 미에노 패러다임 간 충돌이다. 오랜 고민 끝에 후자를 택하는 악수를 두자 경기는 더 깊은 수렁에 빠졌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용어가 나올 만큼 일본 경제가 난맥상을 보이자 구원에 나섰던 것이 미국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IBM,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시스템즈로 상징되는 IT 산업이 성장기에 진입하자 고성장하에 물가가 안정되는 신경제를 바탕으로 미국은 강달러를 유도하는 루빈 독트린을 추진했다.

    자국 통화 평가절하로 수출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수출입 구조가 환율에 민감해 마셜-러너 조건((외화표시 수출수요 가격탄력성+자국통화표시 수입수요 가격탄력성)>1)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루빈 독트린에 따른 엔저 효과가 막 나타날 무렵인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 엔저에 따른 가격경쟁력이 개선됐더라도 저임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 제품에 밀려 일본 경제는 살아나지 못했다.

    모든 정책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의도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새로운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아베 신조 정부는 엔저 정책을 고집했다. 결과는 물가가 저물가에 익숙했던 일본 국민이 고통을 느낄 정도로 올랐다. 국가채무도 GDP 대비 270%에 달할 정도로 위험수위를 넘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성장과 물가, 최근에는 국가채무까지 겹쳐 일본 경제 정책은 트릴레마 국면에 처해 있다. 일본 총리 수난 시대에 취임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엔저를 저지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1%까지 인상했다. 하지만 금리인상이 디폴트 위험을 높여 엔화 가치는 달러당 160엔대까지 떨어졌다.


    뒤이어 중의원 해산이란 초강수 끝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강한 일본, 일본인 우선(Strong Japan, First Japanese)’을 표방하고 강력한 재정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은근히 엔저를 바란다는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 나돌 정도다. 일본 경제 정책의 양대 축인 대장성 패러다임과 미에노 패러다임 간 충돌이 더 강하게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통화가치, 그 나라 경제 실상 반영하는 얼굴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 엔화가 결제 수단 못지않게 투자 대상이 되는 뉴노멀 시대에서는 국가채무부터 줄여야 금리를 올리더라도 디폴트 위험이 줄어들어 엔화 가치가 강세가 될 수 있다. 국가채무가 빠르게 증가하는 여건에서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 외환 당국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리도 달러당 1500원 이상의 원·달러 환율이 고착화될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외환당국에서도 구두 개입 등을 통해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거꾸로 올라가는 추세다. 정도 차가 있지만 일본의 외환당국이 겪고 있는 고충을 겪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 움직임은 종전과 구별되는 두 가지 커다란 특징을 갖고 있다. 하나는 절대 수준이 높다는 점이다.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추정되는 원화 가치의 적정선인 1330∽1350원에 비해 150원 이상 웃돈다. 원화와 같이 움직이는 엔화를 제외한 재정거래 대상 대부분 이종 통화에 비해서도 높다.

    다른 하나는 원화의 변동성이 우리보다 경제 위상이 낮은 동남아시아 통화보다 심하고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베트남 통화보다 2배 이상 높은 변동성이 4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원화를 팔아 아프리카 콩고 주식을 사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이류 통화로 전락할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특정국 통화가치가 그 나라 경제 실상을 반영하는 얼굴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원·달러 환율은 하락해야 하고 변동성도 축소돼야 한다. 올 들어 4월까지 경상수지 흑자는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외환보유고도 적정수준을 웃돈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7%를 기록해 미국 0.5%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코스피 지수 상승률은 압도적으로 세계 1위다.

    우리 외환당국의 원·달러 환율을 하락시키려는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수입물가 안정과 대미 투자 재원 등을 마련하기 위해 원·달러 환율은 낮으면 낮을수록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미국도 원화 가치가 저평가됐다고 인식하고 있어 원·달러 환율을 하락시키는 데 적극적으로 협조할 태세다.

    외환시장에서 경제 여건이 괜찮고 정책 의지도 강한 데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고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심리적으로 불안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지난 4월 이후 달러 예금과 미국 주식투자 비중도 다시 늘어나고 있다. 리밸런싱만 끝나만 그칠 것으로 봤던 외국인 자금의 대거 이탈이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더 심각한 것은 국제수지표상 오차와 누락 항목의 적자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점이다. 이 항목은 수출 금액보다 더 적게 국내에 들어오거나 수입 금액보다 많게 해외에 유출하는 등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외화거래를 알 수 있는 지표다. 최근 들어서는 국내 증권사의 해외 주식투자와 회수 과정에서 이 항목의 적자폭을 커지게 하는 점도 눈에 띈다.

    올 들어 4월까지 오차와 누락 항목의 적자액은 118억달러로 같은 기간 중 경상수지 흑자액의 무려 11%에 달한다.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6년의 70억달러,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의 83억달러를 불과 4개월 만에 넘어서 이러다간 제2의 외환위기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구두나 외환보유를 낭비하는 환시 개입보다 더 강력한 특단의 원·달러 환율 안정 대책이 절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달러화, 엔화 이외 이종 통화에 대한 직거래 비중을 높이고 원화 실수요 원칙을 강화해야 한다. 국내에 들어오는 외화를 곧바로 원화로 바꾸는 외환 집중제나 해외 주식 등에 투자할 때 달러 가변 예치제를 일시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검토해 봐야 한다.

    정책 추진과 효과를 낼 수 있는 여건도 좋다.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성공으로 260억달러 이상의 외화가 들어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화 집중제만이라도 뒷받침되면 원·달러 환율은 쉽게 1400원 밑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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