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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죽어가는 사회, 서로 지켜줄 수 있을까…신간 <혼자 죽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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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죽어가는 사회, 서로 지켜줄 수 있을까…신간 <혼자 죽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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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5월 이준영(가명·1970년생) 씨는 서울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홀로 생활하다 숨진 뒤 열흘 만에 발견됐다.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다니던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전국에서 발생한 고독사는 3924건으로 전년보다 263건 늘었다. 작년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2017년 이후 고독사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사회복지 연구자인 송인주 스스로랩 대표는 신간 <혼자 죽는 사회>에서 고독사 당사자 11명의 삶을 추적하고, 앞으로 고독사를 막을 방법을 모색한다. 고독사한 사람들이 살았던 집과 동네를 직접 찾아가 남겨진 흔적을 살핀 기록이라는 점에서 현장 취재기록이기도 하다.


    저자가 정의한 고독사는 가족·이웃·친구와의 왕래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혼자 살던 사람(독거, 1인 가구)이 홀로 임종기를 거치고, 사망 후 방치됐다가 발견된 죽음(통상 3일 이후)이다.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아무도 찾지 않아 뒤늦게 발견된 경우도 포함된다. 죽음 전후로 누구와도 연결되지 못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책은 현대 한국에서 왜 고독사가 만연한지 탐구한다. 저자는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액체 근대’ 개념을 빌려온다. “견고한 제도와 집단적 결속이 삶을 떠받치던 ‘고대 근대’와는 달리, 액체 근대는 그 결속이 느슨해지고 개인화가 심해진 시대다.”. 플랫폼 노동이 확대됐고, 가정방문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동료 없이 일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선 교류에 필요한 시간도 부족하다.

    고독사한 사람 중에는 중장년 남성이 유독 많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2024년 기준 50~60대 남성 고독사는 총 2117건으로 전체의 54%를 차지했다. 비율이 높은 이유가 무엇일까. 저자는 실업과 실패로 인한 정체성 상실, 경제적 어려움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가장의 역할을 수행해 온 남성에게 퇴직과 사업 실패는 소득 감소를 넘어 자존감과 인간관계를 동시에 무너뜨리는 사건이 된다.

    게다가 한국 사회에선 여전히 ‘남자는 인생에서 단 세 번 운다’는 식의 남성다움을 표현하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오가고 있다. 저자는 “이런 말들은 오히려 남성들을 지독한 열패감과 고립에 가두기도 한다”며 “남성들 스스로가 이런 가부장적이고 유교적인 문화의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고독사를 개인의 불행에 머무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로 제시한다. 2020년 한 고시원에서 사망하고 일주일 뒤에 발견된 김선화(가명) 씨의 마지막 7개월을 살펴보면 죽음을 막을 수 있었던 여러 갈림길이 보인다. 기초생활수급 신청에서 탈락하지 않았더라면, 혹은 자동차 소유권 피해 사기를 제대로 소명해 생계급여 수급자가 됐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복지 담당자 개인에게 책임을 돌릴 수도 없다. 2024년 기준 담당자 한 명이 수급자 450~500명을 맡는 구조에서는 위기에 놓인 사람의 사정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기 어렵다. 도움을 청할 힘조차 잃은 사람을 주변 사람들과 제도가 찾아낼 수 있었는지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취재 과정에서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가 떠올랐다고 말한다. 대기업에서 나온 주인공 김낙수에겐 버팀목이 되는 형과 친구, 아내가 있었다. 그러나 사적인 관계와 자원이 모두 고갈된 사람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특히 노인이 오랫동안 살아온 주거지와 생활 터전을 홀로 옮길 때는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 87세 한순례(가명) 씨는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이사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 사태를 맞았다.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복지관 이용을 중단했고, 담당 공무원에게 우울하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낯선 동네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했던 노인에게 팬데믹은 치명적인 단절로 작용했다.



    고독사는 지역의 변화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책에는 한 도시에서 발생한 고독사의 절반이 특정 동네에 집중된 사례가 나온다. 인근 공장들이 잇따라 이전하면서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이 빠져나갔고, 그 자리를 택지개발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메웠다. 도시재생계획에 따라 인근에 새 행정복지센터가 들어섰지만, 고독사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던 지역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저자는 “단기간의 효율에 매몰된 재개발 정책이 시간이 흐른 뒤 지역사회를 어떻게 변질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고독사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은 2018년 세계 최초로 범정부 외로움 대응 전략 ‘연결 사회’를 발표했다. 저자는 영국의 전략 중 한국 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사례로 ‘녹색 사회적 처방’ ‘이웃 알아가기 도서관 프로젝트’ 등을 소개한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에게 숲 체험과 원예 등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도서관에서 각종 지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업이다.

    고독사를 막는 것은 누군가가 홀로 고립돼 가는 시간을 조금 더 일찍 알아차리는 데서 시작한다. 저자는 “죽음의 과정에서 가족이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함께할 수 있도록 사회와 개인이 조금 더 노력한다면, 고독사에 대한 두려움도 조금은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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