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할인을 받으려면 멤버십에 가입하셔야 합니다.”지난 11일 찾은 홈플러스 보령점. 계산대 직원의 안내에 한 고객이 “곧 문을 닫는다면서 왜 지금 가입해야 하느냐”고 따지며 실랑이가 벌어졌다. 상품을 계산대 위에 올려둔 고객은 결국 ‘마이홈플러스’ 앱을 내려받아 회원 가입을 마친 뒤에야 결제를 마쳤다. 비슷한 안내를 받은 다른 고객도 매장 한쪽에서 가입 절차를 밟았다.
영업 종료를 앞둔 매장은 씁쓸했다. 라면과 과자, 음료가 있던 식품 매대는 선반이 훤히 드러났다. 곳곳에 ‘50% 할인’ 등 안내문이 붙었다. 홈플러스는 이틀 뒤인 13일 무기한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도 홈플러스는 멤버십 회원에게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며 신규 가입을 유도했다. 유통업계에선 “재고를 서둘러 처분해야 하는 기업이 할인 조건으로 회원 가입을 제시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말이 나왔다. 재고 정리가 목적이라면 할인 대상을 굳이 회원으로 한정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 체제의 홈플러스가 막판까지 신규 회원 확보에 나선 것은 고객 데이터베이스(DB)의 자산 가치를 눈여겨봤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에서 고객 DB는 핵심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고객의 구매 품목과 결제 금액, 이용 점포, 구매 시점 등 정보가 쌓이면 맞춤형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향후 점포와 온라인몰 등 사업 매각 과정에서 고객 정보도 자산으로 가치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홈플러스가 청산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멤버십 신규 가입을 유도한 것이 논란이 되는 이유다.
홈플러스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경품행사 응모자와 기존 멤버십 회원의 개인정보 약 2400만 건을 보험사에 제공해 231억원대 수익을 올렸다가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다. 경품 응모 정보는 건당 1980원에, 기존 회원 정보 1694만 건은 총 83억5000만원에 팔았다.
홈플러스 측은 고객 정보를 활용해 영업자산 가치를 높이려는 목적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회생절차 폐지로 청산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재고 할인 판매를 통해 기존 회원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확대하고 보답하기 위한 행사였다”고 소명했다.
홈플러스에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지금 필요한 건 멤버십 회원 수 확대가 아니라 소비자와 납품업체, 직원에게 상황을 투명하게 설명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마지막 재고 할인 판매에서까지 고객 정보 확보에 매달려 얻은 ‘1000만 회원 DB’의 가치보다 홈플러스가 잃어버린 신뢰의 가치를 더 무겁게 인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