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국민적 불안이 커지자 "보완수사권 폐지를 당론으로 의결한 적이 없다"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여전히 "완전 폐지"를 주장하는 강경파와 부작용을 우려하는 신중론이 맞서면서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5일 최고위원회의 브리핑에서 "보완수사권 관련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당론으로 의결한 적이 없다"며 "의견이 취합되고 법안이 성안되면 의총을 열어 당론으로 채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론으로 추인한 바가 없다"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설립 과정에서 보완수사권 폐지가 전제돼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공식적인 당론 추인 절차는 없었다"고 밝혔다.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오는 10월 2일에 차질 없이 출범하려면 충분한 숙의와 함께 입법이 적기에 마무리돼야 한다"며 "당내 다양한 의견은 물론 법조계와 학계, 시민사회 등의 의견도 폭넓게 수렴하며 치열한 토론과 숙의를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검찰의 보완수사권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장윤기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치 필요성에 힘이 실리면서, 당내에서도 이를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기원 민주당 의원은 '보완수사권 제한적 허용'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홍 의원과 함께 법안 제안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김남희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보완수사권 폐지가 마치 절대적 진리이고 신성불가침의 영역인 것처럼 강성 당원들에게 소구하고자 하는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며 "정치인으로서 굉장히 부적절한 행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장윤기 사건 때문에 국민들이 걱정이 너무 크다"며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신속함도 중요하지만 충분한 소통과 설득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파에서 입장을 선회한 의원도 있다. 당내 중진인 박지원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나도 보완수사권 유지에 절대 반대한다고 했지만 입장을 수정했다"며 "사회적 약자, 청소년, 여성 성범죄, 장애인 범죄에 대해서는 보완수사권을 갖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당 대표 도전에 나선 고민정 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우리는 제1당이다. 통과되는 법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희에게 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가자고 하는 것"이라며 충분한 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친청(친정청래)계는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라는 원칙 하에 '전면 폐지'라는 완강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문정복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당내 일각에서 보완수사권 폐지의 취지를 흐리거나 사실상 후퇴시키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며 "보완수사권 폐지는 이미 민주당이 당원과 국민 앞에 밝힌 분명한 당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내의 엇갈린 이해와 주장으로 다시 흔들거나 좌초시킨다면 민주당은 역사 앞에 큰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홍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을 정조준해 "보완수사권을 일부 남기는 게 아닌 검찰수사권 존치법안"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에 강력한 의지를 가진 대표가 있어서 통하지 않던 각종 부탁들이 민주당에 통하고 있나 싶어 무척 걱정"이라며 "이럴 때 일수록 검찰수사권폐지를 완수하려는 법사위원들에게 힘을 실어주시기 바란다. 우리의 목표는 완전한 검찰개혁"이라고 했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