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15일 15:3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인프라 투자자들이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확산으로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수도권 전력 공급은 제한되면서 전력과 인허가를 확보한 사업의 희소성이 높아진 영향이다. 경기 하남·안양 등 대형 자산의 거래 사례까지 쌓이면서 국내 시장이 개발 중심에서 투자·운영·매각이 반복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계 글로벌 자산운용·인프라 기업 케펠은 케펠데이터센터펀드 3호를 통해 경기 안산의 60㎿(메가와트)급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에 투자했다. 사업 부지를 보유한 특수목적법인의 지분 약 73%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2004년부터 국내에서 서울 도심 오피스와 폐기물 처리 인프라 등을 운용해온 케펠이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에 진출한 것은 처음이다. 총사업비는 1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다른 글로벌 자본도 완공된 자산을 사들이는 데서 벗어나 전력과 인허가를 갖춘 개발사업을 조기에 선점하고 있다. 맥쿼리자산운용은 가비아와 향후 4~6년간 약 6000억원을 공동 투자해 국내에 100㎿ 이상의 데이터센터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첫 사업은 안산의 40㎿급 시설이다. 미국계 스톤피크가 투자한 디지털엣지도 안산에서 90MVA(메가볼트암페어) 규모의 전력을 확보한 부지를 인수해 60㎿급 AI 데이터센터를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자본을 끌어들이는 핵심 요인은 수도권의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이다. CBRE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 1차 기술검토 신청은 522건, 3만3592㎿에 달했지만 최종 공급 가능 승인을 받은 사업은 10건에 그쳤다. 승인률은 1.9%다. 신규 개발사에는 높은 진입장벽이지만 전력을 미리 확보한 사업에는 경쟁 공급을 제한하고 자산가치를 지키는 방어막으로 작용한다.
공급이 막힌 사이 수도권 데이터센터 공실률은 5%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평균 서버 공간 임대료는 2019년 ㎾(킬로와트)당 약 14만원에서 지난해 약 25만원으로 70% 넘게 올랐다. 글로벌 자본이 주목하는 것은 단순한 임대료 상승보다 수익의 가시성이다. 우량 정보기술(IT) 기업과 장기계약을 맺어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안정화한 자산을 기관투자가나 인프라펀드에 매각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 대형 거래가 이어진 점도 투자금 회수에 대한 불확실성을 낮추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개발한 하남 데이터센터는 맥쿼리인프라에 7340억원에 매각됐다. 하남은 국내 운용사가 개발한 자산을 장기 보유형 인프라 자본이 넘겨받은 사례다. 영국계 인프라 운용사 액티스가 개발한 에포크 안양센터도 약 8400억원 규모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안양 거래가 마무리되면 글로벌 개발 자본이 조성한 자산을 국내 기관 자본이 인수하는 회수 사례가 된다. 개발 주체와 최종 매수자가 다양해지면서 엑시트(투자금 회수) 경로도 넓어지고 있다.
투자 전략도 자금과 운영 역량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맥쿼리는 부지와 인허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개발·금융을 맡고 가비아와 자회사 케이아이엔엑스는 운영과 임차인 유치를 담당한다. 케펠은 개발형 사모펀드로 사업을 선점해 자산을 안정화하고, 케펠DC리츠와 같은 장기 보유 자본으로 연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데이터센터가 일반 부동산보다 전력·냉각·통신망과 임차인 영업 역량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전문 운영사를 초기부터 결합하는 ‘플랫폼형 투자’가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전력을 확보한 모든 데이터센터가 같은 프리미엄을 받는 것은 아니다. AI 서버 확산에 따라 냉각·전력 설비에 추가 투자가 필요할 수 있고, 임차인의 신용도와 계약 잔여기간, 비용 부담 구조에 따라 실제 수익성과 매각 가능성이 달라진다.
최성현 CBRE코리아 캐피털마켓 총괄 부사장은 “투자자 관점에서는 전력 확보뿐 아니라 임차인 신용도, 임대차 구조, 운영 안정성, 향후 매수자 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글로벌 자본이 수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자산일수록 명확한 엑시트 경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