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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아비뇽] "소맥 주세요"…아비뇽 뒤흔든 구자하의 K연극 '하리보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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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아비뇽] "소맥 주세요"…아비뇽 뒤흔든 구자하의 K연극 '하리보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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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주와 맥주를 섞은 한국식 칵테일을 소맥(Somaek)이라고 합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의 유서 깊은 도시 아비뇽 한복판에 낯설고도 반가운 포장마차가 차려졌다.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활동하는 구자하 연출의 '하리보 김치' 무대 위에서다.

    포장마차 주인으로 변신한 구 연출은 1대1 비율로 소맥을 제조한 뒤 무대로 올라온 두 명의 관객에게 잔을 건넸다. 체감 온도 40도를 웃도는 맹렬한 더위에도 한증막 같은 공연장을 가득 메운 세계 각국의 관객은 공연이 끝난 뒤 남은 소맥잔을 집어들며 이날의 더위를 시원하게 삼켰다.


    ○한국 공연으로 물든 아비뇽

    매년 7월이면 아비뇽은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공연장으로 변신한다. 아비뇽은 1309년부터 약 70년에 걸쳐 7명의 교황이 머물렀던 곳. 프랑스 국왕과의 권력 싸움에서 밀려난 교황이 로마를 떠나 아비뇽에 머물게 된 역사적 사건, '아비뇽 유수(幽囚)'의 바로 그 도시다.

    '교황의 도시' 아비뇽은 매년 30만 명이 다녀가는 세계적인 공연예술 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의 무대가 됐다. 차량이 통제된 길거리에선 음악에 몸을 맡겨 춤을 추는 것도 유난스럽지 않은 흥겨운 분위기가 넘실된다.




    축제 측은 올해 창립 80주년을 맞아 한국어를 초청언어로 선정했다. 특정 언어의 공연을 집중 조명하는 초청언어 프로그램에 한국어가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축제 공식 초청작 47편 중 9편이 한국 작품이다. 페스티벌 본부가 자리잡은 생루이 회랑에 '매표소', '서점' 등 한글 안내문이 걸린 것은 물론, 한국 공연 시작 전에는 "본 스펙타클(Bon spectacle, 즐거운 관람 되십시오)"이라는 프랑스어 안내에 이어 같은 뜻의 한국어 음성이 흘러나온다.




    페스티벌 중반부를 장식하고 있는 구 연출의 '하리보 김치'는 현지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는 한국 공연 중 하나다. 한국에서 태어나 유럽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온 구 연출이 포장마차 세트에서 김치전, 냉미역국 등 한국 음식을 직접 요리하며 자전적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품이다.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정체성이라는 보편적 키워드를 절묘하게 결합해 다양한 국적의 관객들로부터 깊은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다. 프랑스 출신으로 현재 스위스에 살고 있다는 관객 셀린은 "이방인으로서 겪었던 외로움의 감정이 공감됐다"며 "그동안 한국이라고 하면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K팝 정도만 떠올렸는데, 이번 공연을 통해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새롭게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K문학부터 K아트까지

    축제는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15~16일 아비뇽 페스티벌의 상징적 공간인 교황청 명예의 뜰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토대로 한 낭독극 '새'가 열린다.

    2000석 규모의 이 곳은 교황청 돌벽이 무대 세트가 되고 밤하늘 별이 자연 조명이 되는 낭만의 공간이다.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한국 배우 이혜영, 원작자 한강이 무대에 올라 소설 일부를 낭독한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1면에도 소개된 이자람의 창작 판소리 '눈, 눈, 눈'은 톨스토이의 단편 소설 <주인과 하인>을 재해석해 한글의 말맛을 전할 예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교황청 곳곳에선 구순의 현대미술 거장 이우환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예배당을 비롯해 교황청에 전시된 석판과 회화 작업이 관객을 사색으로 이끈다.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 '렐라툼'(Relatum)은 오는 11월 15일까지 이어진다.



    아비뇽 인근 아를에서 온 르네는 "과거 교황청이 만들어졌을 때처럼 석판을 하나씩 옮긴 작업 과정이 흥미롭게 소개됐다"며 "교황청의 웅장한 공간과 작품의 고요한 분위기가 잘 어우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비뇽=허세민/설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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