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코스피 지수가 급등락을 반복하며 투자자들의 심리가 요동치는 가운데, 정신과 전문의 박종석 원장이 이른바 '포모(FOMO) 증후군'에 대한 흥미롭고도 경고성 짙은 진단을 내놓아 화제다.
박 원장은 지난 14일 YTN라디오 '생생주식연구소'에 출연해 인간이 타인의 성공, 특히 주식 투자로 인한 거액의 수익 소식을 접했을 때 느끼는 고통의 실체를 뇌과학적 근거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단톡방에서 '누가 하이닉스 나는 익절 해가지고 2억 벌었다.' 이걸 보면은 그 충격이 칼에 찔린 것과 불에 데인 것과 똑같다"라며 "뇌과학적으로 전치 4주 정도의 통증을 느끼는 뇌 부위가 증명이 됐다"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다.

박 원장에 따르면 인간의 뇌에는 dACC(배측 전대상 피질)라고 불리는, 타인이 잘됐을 때 고통을 느끼는 부위가 따로 존재한다. 즉, 주식으로 대박 난 지인을 보며 느끼는 괴로움은 단순한 질투심이나 자존감의 문제가 아니라 신체적인 통증과 동일한 수준의 '사회적 통증(social pain)'이라는 것이다.
박 원장은 "내가 나쁜 놈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질투심이 유발하거나 내가 자존감이 낮아서가 아니라 뇌에서 실제 통증과 똑같은 충격을 느낀다"라며 이는 인간의 본능이라고 강조했다.
특히나 수도권 집중이 심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와이파이 환경을 갖춘 한국 사회에서는 SNS 등을 통해 끊임없이 타인의 편집된 성공 정보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 이러한 포모 심리가 더욱 증폭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원장이 이처럼 주식 중독과 포모 증후군에 대해 깊이 있는 진단을 내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뼈아픈 개인사가 있었다. 그는 방송에서 과거 자신도 '무지성 투자'로 큰 실패를 맛보았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는 "2017년, 2018년 즈음에 주식을 되게 약간 무지성 투자, 뇌동매매, 그리고 전 재산을 영끌 해가지고 한 3억 2000만원 가까이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준비나 공부 없이 포모 증후군이나 욕망 때문에 우량주 대신 코스닥, 제약, 바이오, 정치 테마주 등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입었다"고 털어놨다.
이로 인해 심각한 우울증까지 겪었던 그는, 자신을 치료하기 위해 정신과를 찾았지만 주식 중독이나 관련 우울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의사가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결국 스스로를 치료하기 위해 주식 중독 자가진단 기준을 만들고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자연스럽게 주식 중독 전문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
박 원장은 주식 투자에서 겪는 '초심자의 행운'이 주는 강력한 쾌감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초심자의 행운이 주는 도파민이 우리의 기억 용량의 우선순위로 아주 강하게, 마치 카지노에서 슬롯머신에서 잭팟을 터진 것처럼 일상을 마비시킬 정도의 어떤 도파민적 쾌감을 준다"라며, 이 강력한 호르몬이 자꾸 반복된 쾌락을 탐닉하게 만들어 일상을 도외시하고 본업을 멀리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 원장은 뇌의 도파민 보상 회로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주식이나 투자 행위가 도박 중독과 굉장히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라며, 그 기전은 마약 중독과도 유사하다고 경고했다.
박 원장은 주식 중독을 예방하고 포모 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한 현실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우선 "주식 차트를 아예 안 보셔야 된다. 앱을 지우셔야 되고 한동안은 스마트폰을 멀리하셔야 된다"라고 권유했다. 이후 건강한 일상과 본업에 집중하며 운동이나 취미 등을 통해 건강한 도파민을 분산시켜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물타기'나 단타 매매 등 조급함에서 비롯된 뇌동매매를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원장은 "사람들이 무조건 내가 지금 따가지고 평단을 낮춰서 빨리 돈을 벌겠다, 속도에 중독이 돼 있다"라며 "투자란 농사를 짓듯이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박 원장은 투자자들에게 "종목에 휘둘리지 말고, 정보에 휘둘리지 마시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시기 바란다"라며, "가장 중요한 내 본업, 내 최고의 우량주는 나 자신이기 때문에 나의 어떤 성장에, 내 외연의 확장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