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금융지주가 포용금융의 무게중심을 ‘지원’에서 ‘재기와 성장’으로 옮기고 있다. 취약차주의 이자를 깎아주거나 연체채권을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저신용자의 제도권 금융 복귀, 소상공인의 사업 회복, 청년의 주거·자립 지원까지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혁신기업과 지역 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생산적 금융도 강화해 금융의 사회적 역할과 미래 성장 기반을 함께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다시 일어설 기회 제공
KB금융그룹은 2030년까지 16조원 이상을 포용금융에 투입한다. 지난해에만 2조8000억원을 쓴 데 이어 취약계층의 채무 부담 완화와 소상공인 재기에 초점을 맞췄다. 국민은행은 지난 3월 장기 연체자 1만2433명의 빚을 최대 90% 감면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5년 넘게 이자조차 내지 못한 2074명의 잔여 채무는 즉시 소각한다. 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 KB캐피탈, KB저축은행도 약 4500억원 규모의 장기 연체채권을 없앤다.KB희망금융센터에서는 채무조정과 신용점수 회복, 심리 상담을 연계한다. 새희망홀씨 대출에는 연 7% 금리 상한을 적용하고 올해 3조5000억원 규모의 민간 중금리대출도 공급한다. 2016년 문을 연 소상공인 컨설팅센터에서는 지금까지 약 6만4000건의 무료 상담을 진행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총 5조원 규모의 ‘포용금융 2.0 ON(溫)’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5000억원 규모의 장기 연체채권을 소각하고 4조5000억원의 포용금융을 조기 공급한다. 올 상반기에만 약 3300억원의 연체채권을 정리했다. ‘상생대환대출’ 대상은 신한저축은행 고객에서 전 저축은행권 이용 고객으로 넓혔다.
포용의 범위는 금융 밖으로 확장했다. 중소기업이 육아휴직 대체인력을 채용하면 최대 200만원을 추가 지원하고 취약계층에 먹거리와 생필품을 제공하는 ‘그냥드림’ 사업에는 3년간 100억원을 투입한다. 올해 20조원, 2030년까지 110조원의 생산적·포용적 금융을 공급하는 로드맵 아래 데이터센터와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투자도 확대한다.
◇혁신기업엔 성장자금
하나금융그룹은 향후 5년간 16조원의 포용금융을 집행한다. 12조원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영 안정과 금융비용 완화에, 4조원은 청년·서민의 채무 부담 경감과 신용 회복에 쓴다. 중·저신용자에게 연 5.5% 고정금리로 최대 1000만원을 빌려주는 ‘하나원큐중금리대출’ 등 3조원 규모의 특화 상품도 공급한다.지난달에는 약 1만4000좌, 2000억원 규모의 연체채권을 소각했다. 청년 3만명에게는 전세사기 보장보험을 무료로 제공한다. 올해 생산적 금융 공급액을 17조8000억원으로 늘리고 2030년까지 미래산업에 100조원을 투입하는 ‘하나 모두 성장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벤처·인프라펀드를 조성하고 AI 데이터센터 금융 지원에도 속도를 낸다.
우리금융그룹은 90조원 규모의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 가운데 7조6000억원을 포용금융에 배정했다. 우리은행은 1년 이상 거래 고객이 신용대출을 연장할 때 금리가 연 7%를 넘지 않도록 하는 금리상한제를 도입했다. 청년·주부·임시직 등 기존 신용평가만으로 대출받기 어려운 고객에게는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우리원드림 생활비대출’을 공급한다.
포용금융 상품을 한눈에 조회·신청할 수 있는 플랫폼 ‘36.5도’와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AI포용채무진단’도 선보였다. 생산적 금융에는 82조4000억원을 배정했다.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 ‘디노랩’을 통해 누적 231개사를 발굴해 4750억원을 투자했고, 중견기업 지원 프로그램 ‘라이징리더스 300’으로 225개사에 2조723억원을 공급했다. 기업 여신 전 과정에 AI를 적용한 심사 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지역과 함께 성장

농협금융그룹은 지역 네트워크를 앞세워 포용금융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2030년까지 서민금융·취약계층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에 총 15조3640억원을 공급한다. 우대금리를 통해 주택담보·전세대출과 새희망홀씨, 개인사업자대출의 이자 부담도 낮춘다.
생산적 금융에는 2030년까지 93조1290억원을 공급한다. 국민성장펀드에 10조원을 지원하고 AI·신재생에너지 등 첨단산업에 투자하는 ‘NH대한민국 상생성장펀드’도 조성했다. 지역 금고와 영업점, 계열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방의 유망 기업과 투자 수요를 찾아 자금을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BNK금융그룹은 포용금융과 생산적 금융 모두에 ‘지역’이라는 색깔을 입혔다. 지난 3일 문을 연 부산 서민금융복합지원센터는 금융과 고용, 복지 서비스를 한곳에서 연결하는 지역 밀착형 복합지원 거점이다. 정책서민금융과 채무조정, 취업·복지 상담을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이동점포를 활용한 찾아가는 서비스도 운영한다.
BNK금융은 올해 1500억원 규모의 취약계층 부실채권을 소각하고 향후 5년간 소각액을 43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그룹 차원의 ‘포용금융지원단’도 꾸려 단계별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지역 산업 육성에는 500억원 규모의 ‘BNK 생산적 금융 전략펀드’를 투입한다. 조선·해양, 항공·우주, 방위산업, 모빌리티 등 동남권 전략산업의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부산은행은 ‘BNK 해양종합금융센터’ 설립을 추진한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