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 100주년을 맞은 작품에 지휘자 로베르토 아바도, 칼라프 역의 테너 백석종, 투란도트 역의 소프라노 에바 프윈카 등 세계적 출연진이 모이면서 올여름 최고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투란도트' 표를 구하지 못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바다와 계곡 대신 공연장을 목적지로 삼는 휴가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투란도트' 가고 바그너 악극 '니벨룽의 반지' 온다.
8월 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국가대표급 성악가들이 모인다. 바그너의 4부작 악극 <니벨룽의 반지>를 230분으로 압축한 하이라이트 공연에서다.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과 테너 김재형, 소프라노 이명주, 바리톤 김기훈 등 세계 무대에서 활동중인 성악가와 아드리앙 페뤼숑이 지휘하는 부천필하모닉이 출연한다. 4일에 걸쳐 공연장을 오가야 하는 바이로이트 대신 서울에서 하루 동안 즐기는 '바그너 체험판'인 셈이다.

잠실에서 듣는 '오르간'과 '영화음악'
롯데콘서트홀에서는 파이프오르간과 교향악, 영화음악을 중심으로 한 비교적 가벼운 아트 바캉스를 즐길 수 있다. 22일 오전 11시30분에는 무대 위 파이프오르간의 구조와 음색을 해설과 함께 만나는 ‘오르간 오딧세이’가 열린다.
8월 9일에는 지휘자 백윤학과 서울 페스타 필하모닉 오케트라가 지브리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음악을 연주하는 영화음악 공연이 하루 두 차례 마련돼 가족 단위 관객이 찾기 좋다.

서울을 벗어나면 산자락이 공연장이 된다
보다 휴가 느낌이 나는 음악 여행을 원한다면 강원도에 답이 있다. 평창 대관령음악제가 23일부터 8월 2일까지 평창 알펜시아와 강릉, 월정사 등 강원도 곳곳에서 열린다. 올해 주제는 '계승과 혁신'이다.
25일 강릉아트센터에서는 파벨 하스 콰르텟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함께하고, 같은 날 월정사 성보박물관에서는 첼리스트 크리스토프 쿠앵과 알테무지크 서울의 고음악 공연이 무료로 열린다. 음악회와 산책, 사찰 방문을 하루 일정으로 묶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 공연장과는 다른 휴가가 된다.

서울에서 놓친 <투란도트>, 베로나에서는 별빛 아래 만난다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유럽의 여름 음악제를 여행의 목적지로 삼을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휴가다운 오페라'는 이탈리아 아레나 디 베로나다. 고대 로마 원형경기장에서 열리는 올해 오페라 축제는 6월 12일부터 9월 12일까지 50차례 공연을 이어간다. <라 트라비아타>와 <아이다>, <나부코>, <라 보엠> 등이 밤마다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올해 초연 100주년을 맞은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도 8월 7일부터 27일까지 베로나에서 공연된다. 프랑코 제피렐리가 연출한 초대형 프로덕션이다. 티켓 가격도 착하다. 일부 날짜의 입장권은 28유로부터 판매되고 있다.
특히 올해 베로나 야외 오페라 축제 라인업에는 한국 성악가의 이름이 눈길을 끈다. 바리톤 박영준이다. 그는 7월 23일 <나부코>의 타이틀롤을 맡고, 8월 15일과 23일 제피렐리 연출 <아이다>에서 아모나스로를 노래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야외 오페라 무대에서 한국 성악가의 활약을 직접 확인할 기회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8월 30일까지,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은 7월 말부터 8월까지 이어진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도 8월 7일부터 30일까지 오페라와 클래식, 연극, 무용을 아우르는 147회의 공연을 선보인다. 모차르트와 바그너의 도시부터 고대 원형경기장까지, 유럽에서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여름 공연장으로 변한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