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정부 부동산 정책에 반영하겠다며 진행된 토론회에선 비아파트에 대한 규제 완화 목소리가 이어졌다. 당장 주택을 공급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아파트와 함께 묶여 있는 대출 규제를 풀고 민간의 공급을 촉진할 수 있는 유연한 인허가를 강조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14일 오후 서울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열린 '주택공급 확대방안 경청 토론회' 모두발언에서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 청년, 시민 여러분의 의견을 잘 듣고 함께 논의해 보자는 취지로 토론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늘 하는 말처럼 '잘 듣겠습니다'가 아니라 진심으로 여러분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선 비아파트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발제에 나선 진미윤 명지대 교수는 "서울 주택 공급의 95%를 도맡는 민간이 건설경기 악화와 공사비 상승 등으로 위축돼 있다"며 "특히 비아파트는 낮은 보증금과 월세로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는데도 경기 침체로 공급에 제동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을 늘리려면 적극적인 규제 손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도권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대출이 제한되고 비아파트 사업은 멈췄다"며 "비아파트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보증 상품이 조속히 만들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경훈 진경건설 대표도 "비아파트의 대출 LTV(주택담보인정비율)를 아파트와 같은 40%로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내년 일몰 예정인 6억 이하 비아파트의 세제 혜택을 3년 더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수도권에 남아 있는 비주택 용지를 주거용으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문길주 대신이엔디 회장은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용지를 주거용으로 전환하면 단기적으로 공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미착공 비주택 용지를 오피스텔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미매각 용지의 지구단위계획 변경도 유연하게 허용해달라"고 했다.
'로또 청약' 등 공공분양 주택의 부작용을 줄여 서민 주거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이후빈 강원대 교수는 "공공분양 주택은 결국 '로또 청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분양주택의 재판매 가격을 제한해 주택 가격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도심 주택 공급을 위한 정비사업 지원 제안도 이어졌다. 토론에 참여한 한 서울 재개발 조합장은 용적률 상향에 따른 임대주택 공급 과정에서 주민들이 손해를 보는 구조를 지적했다. 분양가상한제로 분양가가 묶인 탓에 용적률을 높여도 임대주택을 싸게 공급하면 적자가 난다는 것이다. 이를 우려해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온다고 했다.
다른 정비사업 추진위원장은 재건축·재개발을 지연시키는 대출 총량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호소했다. 가계대출 규제로 이주비를 마련하지 못한 주민들이 이주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택 공급을 위한 착공이 미뤄진다고 설명했다.
국민 의견에 기관장이 직접 대답에 나서기도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최인호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은 현장에서 한 재개발 조합의 보증 심사 진행 상황을 설명하며 "주택공급 지원을 위한 특례보증을 신설했고, 분양 관련 대출도 확대 실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