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어케어 브랜드 리필드는 14일 “탈모 샴푸를 더 이상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진정한 탈모 케어는 두피를 ‘씻어내는’게 아니라 좋은 성분을 ‘흡수시키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리필드 운영사 콘스탄트의 정근식 최고경영자(CEO)는 “샴푸 대신 피부 보습과 영양에 도움이 되는 성분을 함유한 앰플과 세럼을 주력 제품으로 내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두피에도 앰플 발라라”
콘스탄트는 올해 2월 기준 아모레퍼시픽을 포함한 굴지의 뷰티 기업들로부터 총 120억원의 투자금을 따내며 주목받은 신생 기업이다. 이 회사의 주력 브랜드인 리필드는 샴푸가 탈모 케어의 해답이 될 수 없다고 본다. 계면활성제가 포함돼 있어 3분 이상 방치하면 오히려 두피 장벽을 과도하게 손상한다는 점에서다. 두피의 천연 보호막이 손상되면 건조함이나 접촉성 피부염이 유발된다. 탈모를 개선하려면 유효 성분이 두피에 깊숙이 침투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최소 3~5분이 필요하다. 리필드가 두피에도 얼굴과 같은 기초 케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1년에 10억 원어치가 팔려나가던 샴푸를 단종하고, ‘스칼프 클렌저’를 새롭게 선보였다. 27년간 탈모를 연구해 온 양미경 리필드 연구소장은 “샴푸가 작용하는 부위와 탈모를 유발하는 부위는 조직학적으로 다르다. 샴푸로 탈모 증상을 완화하는 게 불가능한 이유”라며 “바디 클렌저, 페이셜 클렌저와 같이 두피 클렌저가 맞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신제품에는 리필드가 자체 개발한 신원료 ‘cADPR’(cyclic ADP Ribose)가 함유돼 있다. cADPR은 양 소장이 700만 건 이상의 두피 데이터와 34건의 특허·임상·연구 실적을 기반으로 탈모 개선 효과를 확인한 물질이다. 체내에 원래부터 있는 물질이자 인체 대사 과정에 관여하는 ‘조효소’로, 임신부도 안심하고 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리필드는 올 하반기부터 약국·피부과·클리닉 등 전문 채널과의 협업을 늘려 ‘스칼프 사이언스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확장에도 박차를 가한다. 올해 3월 미국 최대 뷰티 전문 리테일러 얼타뷰티에 입점한 데 이어 코스트코 입점도 추진한다. 아마존과 틱톡샵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 북미뿐 아니라 유럽으로도 권역을 확장한다. 이밖에 아시아·중남미·중동·독립국가연합(CIS)까지 수출 전선을 넓혀 나갈 예정이다.

‘오젬픽 헤어’ 트렌드 파고든 K샴푸
리필드와 같은 국내 기능성 샴푸 브랜드들은 이미 미국 등에서 ‘비만약 수혜’를 얻고 있다. 오젬픽이나 위고비, 마운자로 등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치료제의 부작용으로 탈모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다.
할리우드 배우 카일 리처드의 딸 소피아 우만스키는 고작 25살이지만, 지난해 게시한 틱톡 영상에서 마운자로를 투여한 지 4개월 만에 급격한 탈모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욕실 바닥에 수북이 쌓인 머리카락을 공개해 충격을 줬다. 통계적으로 일부 입증되기도 했다. 외신에 따르면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스트랏7이 미국, 영국, 독일, 스웨덴 등에서 GLP-1 계열 비만약을 투여한 497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에서 참여자 13%가 탈모나 머리카락이 얇아지는 현상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비만약 제조업체들은 탈모를 공식적인 부작용으로 명시하진 않고 있다. 단기간에 체중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란 의견도 있다. 체중 감량기가 지난 뒤 몇 달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원래 모발 상태가 회복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탈모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미국 피부학회(AAD)에 따르면 비만약 투여자들이 겪는 외모 관련 고민으로 건조한 피부, 여드름과 함께 탈모가 포함됐다. ‘오젬픽 헤어’(ozempic hair)라는 단어까지 나온 이유다. 오젬픽은 위고비 출시 이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이 복용한 것으로 알려진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다.

미국에선 2023년 초 이미 ‘오젬픽 페이스’(ozempic face)로 한 차례 떠들썩했다. 살이 단시간에 빠르게 빠지면서 얼굴이 움푹 패 나이가 더 들어 보이는 현상이다. 2021년 대비 2024년에 ‘오젬픽 페이스’ 검색량이 4600%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가 학술 저널에 실리기도 했다.
글로벌 뷰티 브랜드들은 오젬픽 페이스를 겨냥한 스킨케어 제품들을 쏟아냈다. 이런 흐름은 헤어케어 시장에서 반복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국내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다. 아로마티카의 두피 영양 토닉 ‘로즈마리 루트 인핸서’는 지난달 아마존 프라임데이 행사 스칼프 트리트먼트 카테고리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의 닥터그루트도 같은 행사에서 매출이 전년 대비 45.9% 뛰었다. 일본에서도 이베이재팬이 운영하는 큐텐재팬에서 올해 5월 한 달간 국내 헤어케어 브랜드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15%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헤어케어 제품의 경쟁력이 세정력에서 성분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스킨케어에 준하는 수준의 연구·개발이 뒷받침돼야 차별화되는 단계”라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