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로 메모리 공급이 쏠리면서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6년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고 14일 밝혔다. 메모리 업체들이 소비자용 전자제품보다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D램과 낸드 공급을 우선하면서 스마트폰용 메모리 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이다.
부품 원가가 상승하자 제조사들은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분석. 가격 민감도가 높은 보급형과 중저가 제품의 인상 폭이 특히 컸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유가·물류비 상승과 경기 둔화,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며 소비자들의 구매 여력도 약해졌다.
실피 자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메모리 공급난은 이제 스마트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며 "지난해에는 단순한 부품 공급 문제였지만, 이제는 소비자 수요를 위축시키는 단계로까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급형과 중저가 제품은 부품 원가(BOM) 상승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으면서 기존 가격대에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며 "제조사들은 가격 인상과 마진 축소를 감수하거나, 기존 모델의 판매 기간을 연장하고 프로모션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일부는 신제품 출시와 생산 자체를 줄이고 있다"고 부연했다.
삼성 1위 탈환…애플도 점유율 20%
이 가운데에서도 삼성전자는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24%를 기록해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상위 5개 업체 가운데 전년 동기 대비 출하량 증가율도 가장 높았다. 인도와 중동에서 제품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데다 가격 인상 폭을 상대적으로 낮추고 여름 판촉을 확대한 것이 주효했다.올해 플래그십 갤럭시S26 시리즈의 흥행도 브랜드 전체 출하량을 끌어올렸다. 특히 울트라 모델은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와 AI 기능 수요를 바탕으로 시리즈 가운데 가장 좋은 판매 성과를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자체 생산 역량을 갖춘 공급망과 확대된 AI 제품군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는 보급형·중저가 시장의 수요가 둔화한 상황에서도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애플의 출하량은 전년 동기보다 3% 증가했다. 2분기 점유율은 사상 처음으로 20%에 도달했다. 주요 제조사 가운데 이 기간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은 유일한 업체이기도 하다. 아이폰 17 시리즈가 세계 최다 출하 모델 자리를 지키며 실적을 이끌었다. 다만 중국에서는 618 쇼핑 축제를 앞두고 할인 행사를 조기에 시작했지만 할인 폭이 지난해보다 작아 출하량이 감소했다. 메모리 공급이 최신 아이폰에 우선 배정되면서 구형 모델 판매도 부진했다.
중국 3사 두 자릿수 감소
샤오미와 오포, 비보는 모두 출하량이 두 자릿수 감소했다. 보급형과 중저가 제품 의존도가 높아 메모리 가격 상승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소비자들은 구매를 미루거나 이전 세대 제품을 선택했고, 스마트폰 교체 주기도 길어졌다.샤오미는 제품군을 간소화하고 유통업체 금융 지원 조건을 완화해 점유율 12%를 지켰다. 레드미 노트 15와 레드미 K90, 샤오미 17 시리즈를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일부 성과를 냈다.
오포와 비보의 점유율은 각각 11%, 8%로 집계됐다. 비보는 공급 차질과 가격 인상으로 주요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지며 출하량이 더 줄었다. 오포도 주요 시장에서 수요 부진을 겪었지만 A 시리즈와 리노 시리즈가 선전해 감소 폭을 일부 줄였다.
상위 5개 업체 밖에서는 구글과 화웨이가 성장했다. 구글은 픽셀 10과 픽셀 10a 판매 호조로 출하량이 16% 늘었다. 화웨이는 메이트 80과 노바 15, 인조이 90 시리즈를 앞세워 6% 증가했다.
"메모리난 2027년까지 이어질 것"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연간 기준 약 1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 공급 부족도 2027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출시 예정인 삼성전자 폴더블 8세대와 아이폰18 시리즈의 출고가가 모델에 따라 300만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제조사들은 출하량 확대보다 수익성 방어에 무게를 둘 전망이다.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줄이고 메모리·저장공간 구성을 조정하는 한편, 가격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를 겨냥해 리퍼비시 제품과 이전 세대 모델 판매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할부·금융 프로그램과 브랜드 생태계에 대한 충성도, AI 기반 판매 전략을 바탕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메모리 공급난이 풀리기 전까지 시장 전반의 수요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