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 연예인 상대 아나운서 ‘성 상납’ 사건으로 광고주 이탈 직격탄을 맞은 일본 후지TV와 모기업 후지미디어홀딩스가 방송 중심 사업모델을 버리고 지식재산권(IP) 중심 기업으로 전환하는 고강도 구조개혁에 나섰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FMH는 방송 인프라를 전국 계열국과 공동 이용하고, 드라마·애니메이션 등 콘텐츠를 활용한 IP 사업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경영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방송 설비를 지주회사에 집약해 비용을 낮추고, 스트리밍과 굿즈, 이벤트, 해외 유통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개혁의 직접적인 계기는 전 일본의 국민 아이돌 스맙(SMAP) 멤버이자 유명 방송인인 나카이 마사히로를 둘러싼 아나운서 성 상납·성폭행 사건이다. 후지TV가 설치한 제3자위원회는 해당 사건을 업무의 연장선에서 발생한 성폭력으로 판단하고, 회사가 피해자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후지TV 경영진은 사건을 인지한 뒤에도 나카이를 방송에 계속 출연시키는 등 피해자 보호보다 프로그램 운영과 거래 관계를 우선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내 신고·구제 체계와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초기 기자회견에서도 참석 언론과 촬영을 제한하면서 은폐와 방어에 급급하다는 인식을 키웠다.
사태가 확산하자 주요 기업들이 후지TV 광고 집행을 잇따라 중단했다. 광고주 이탈로 실적이 크게 악화하면서 FMH의 2025년 3월기와 2026년 3월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일본 민영방송 키국 가운데 최하위로 떨어졌다. 회장과 사장 등 핵심 경영진도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FMH는 지난 5월 중기경영계획을 발표하고 2031년 3월기 ROE를 6%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시미즈 겐지 FMH 사장은 6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상장기업으로서 ROE 개선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핵심 전략은 경영의 중심을 지상파 방송에서 IP로 옮기는 것이다. 하나의 콘텐츠를 방송에만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트리밍과 해외 판매, 굿즈, 이벤트 등으로 반복 수익화하는 구조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후지TV는 이미 한국과 홍콩 기업들과 공동으로 드라마를 제작해 18개 국가·지역에서 방송과 스트리밍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콘텐츠 사업은 흥행 여부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다는 위험이 있다.
일본 지상파 광고시장은 여전히 1조엔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지만 젊은 층의 TV 이탈로 장기적인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후지TV는 나카이 사건으로 드러난 인권·거버넌스 문제를 수습하는 동시에 방송 인프라의 고비용 구조와 콘텐츠 경쟁력 약화라는 구조적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개혁이 단순한 비용 절감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 설비 공동화와 부동산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흥행 가능한 콘텐츠와 IP에 제대로 배분하고, 조직문화와 내부통제를 함께 바꾸지 못하면 기업가치 회복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