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콜롬비아 축구 대표 선수가 살해 협박을 받아 귀국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콜롬비아축구협회는 11일(한국 시각) "스위스와의 경기 이후 하민톤 캄파스(26)와 그의 가족을 향해 가해진 생명과 신변에 대한 협박을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선수도, 그 가족과 주변 사람들도 국가를 대표해 스포츠 무대에 섰다는 이유만으로 협박이나 위협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협회는 캄파스와 그의 가족, 콜롬비아 국가대표 선수단에 연대와 지지를 보낸다"면서 수사당국을 향해 "이번 사건의 책임자를 밝혀내 처벌할 수 있도록 조속히 필요한 수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콜롬비아는 지난 8일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스위스와 0대0으로 연장전까지 마친 뒤 승부차기에서 패배했다. 3-4로 아쉽게 8강행이 무산된 것이다.
아르헨티나 프로팀 로사리오 센트랄에서 뛰는 2000년생 콜롬비아 미드필더 캄파스는 당시 후반 21분 교체로 투입됐다.
캄파스는 연장 후반 5분 상대 선수의 치명적인 패스 실패로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결정적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이어진 왼발 슈팅이 골문을 크게 벗어났고 승부차기 세 번째 키커로 나서 득점했다.
하지만 경기 후 캄파스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는 그와 그의 가족을 겨냥한 살해 협박 댓글이 이어졌다. AP통신에 따르면 캄파스는 신변 안전을 우려해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귀국하는 항공편에도 탑승하지 않았다.
결국 캄파스는 SNS에 웅크리고 앉아 괴로워하는 자신의 사진과 함께 과도한 비난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하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콜롬비아 국민으로서 느끼는 슬픔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다"며 "모두가 바랐던 기쁨을 전해드리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한 존중만큼은 절대 잃지 말아달라. 우리는 서로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좌절과 슬픔을 느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어떤 열정도 증오를 정당화하거나, 누군가를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게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과거 콜롬비아는 자국 선수가 월드컵에서의 부진으로 피살당하는 사건이 이미 한 차례 벌어진 바 있다.
1994 미국 월드컵 당시 수비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가 개최국 미국과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자책골을 넣었고, 콜롬비아는 1대2로 패배했다. 결과적으로 콜롬비아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해 일치감치 짐을 싸야했다.
당시 에스코바르는 콜롬비아 팬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았고, 귀국 후 고향인 안티오키아주 메데인에서 총격을 당해 숨졌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