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여론이 흔들리자, 완전 폐지를 주장해온 여권 인사들은 물론 경찰청도 대안을 제시했다.
경찰 초동수사 부실과 가해자 부친(현직 경찰관)과 수사팀 간 유착 의혹이 불거지며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이에 대한 진화에 나선 것인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완전 폐지를 주장해온 인사들은 "검사의 언론 제보"(최강욱), "언론의 과잉보도 프레임"(김어준), "검사에게 수사권을 주는 방식은 안 된다"(박은정), "내부비리수사대 신설"(경찰청)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들 대안 모두 구체적인 제도적 견제 장치라기보다는 기존 대응 방식의 연장선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 경찰청 "내부비리수사대 신설로 자정"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10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국가수사본부장 직속 내부비리수사대 신설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전국 경찰 수사의 비위나 부패 행위는 더욱 철저히 수사하고 단호히 조치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조치가 이번 사건 같은 '내부 유착'을 막을 실효적 장치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 최강욱 "경찰이 수사 안 하면 검사가 언론에 알리면 된다"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 출연해 경찰이 부실 수사로 사건을 덮으려 할 경우 검사가 언론에 알리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최 전 의원은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완전히 폐지되더라도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안 하면 검사가 언론에 알리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근본적으로 이게 왜 이렇게 언론에 나오고 있는가를 지적하고 싶다"며 경찰이 사건을 은폐한 게 아니라 이미 살인죄로 송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하헌기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페이스북에 "국가기관인 검찰을 개혁하여 공권력 작동에 부작용이 생길 시, 사회부 기자들이 열심히 하는 것으로 막으면 된다는 식의 발상이 어째서 대안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비판했다.

◇ 김어준 "1년에 몇 건씩 있는 일, 언론이 과잉보도"
방송인 김어준씨는 9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이번 사건 자체의 문제성은 인정하면서도 "이런 정도의 사건은 1년에 몇 건씩이나 있는데 최근에 한 일주일 상간으로 거의 모든 언론에서 탑을 장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용을 보니까 '경찰이 잘못했고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로 연결되는 사건"이라며 "그런 의도가 보인다"고 주장, 사건 보도 자체를 보완수사권 존치를 위한 여론전으로 규정했다.
◇ 박은정 "검사에게 수사권 주는 방식으로 해결해선 안 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윤기 사건을 검사에게 수사권을 주는 방식으로 해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조작 수사, 조작 기소 등 정치검찰의 폐해 때문에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검찰개혁 국면으로 와 있는 것"이라며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부화뇌동하는 검사들의 언론플레이를 감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의원은 김용민 의원과 함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 국회, 개정안 심사 착수
범여권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관련 형사소송법 개정안 심사에 10일 착수했다.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면서도 보완수사 요구권을 실질화해 비대해질 수 있는 경찰 권력을 견제할 장치를 도입하는 게 골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형소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상정 법안은 김용민 민주당 의원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안, 차규근 혁신당 의원안, 민주당 형사소송법 개정 태스크포스(TF)가 전날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 명의로 발의한 안이다. 사실상 민주당의 당론격인 TF안은 보완수사 요구가 있을 때 1개월 이내에 사법경찰관이 보완수사를 완료하도록 규정했다.
민주당은 8·17 전당대회 전 형소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법사위원장인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이날 "10월 2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는 데 맞춰 속도감 있게 하되 내용은 채워가면서 (법안을 심사) 하겠다"고 말했다. 1소위 위원장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도 "다음주 초 두 번 정도 소위를 열어 최대한 신속하게 법안을 심사하겠다"고 했다.
◇ 여야 안팎서 실효성 우려 겹쳐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수사 지연, 사건 암장 우려가 나온다. 홍기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보완수사 요구 방식으로 가면 사건 처리 기간이 길어지고 다수 피해자의 고통이 길어질 것"이라고 했다. 한 현직 검사는 한경닷컴에 "요즘 수사 현장에서는 경찰이 피해자에게 '증거를 가져오면 우리가 판단해주겠다'고 하는 일까지 벌어진다"며 "보완수사 요구를 내려도 실제로는 한 것 없이 결정만 바꿔 보내는 사례가 태반인데, 이대로면 무죄율이 높아질 게 뻔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 전국민 관심 가진 잔혹범죄에도 대범한 은폐 시도
장윤기 사건은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어째서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검찰은 보완수사 과정에서 현직 경찰 간부인 장윤기 부친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수사팀과 수십 차례 통화한 내역을 확인했고, 한 수사팀원과의 통화에서는 부친이 경찰관인 사실을 감추고 수사하라는 취지의 윗선 지시가 있었다는 정황도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최초 압수수색 당시 확보했던 리얼돌은 이후 폐기된 채 발견됐고, 범행 도구로 지목된 케이블타이 등 핵심 증거도 경찰 초동수사 단계에서 확보되지 못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수사팀장이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되기에 이르면서, 이번 사건이 '경찰 대 검찰'의 권한 다툼이 아니라 현직 경찰관 가족을 둘러싼 실제 유착·은폐 시도였다는 의혹에서 '과연 이런 일이 처음이겠느냐'는 국민들의 우려가 깊어지는 상황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