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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상법상 발기인 요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명의를 빌렸습니다. 이제 가업승계를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하니, 국세청의 ‘간소화 제도’를 통해 실명 전환을 하려고 합니다.”
최근 필자를 찾아오는 수많은 중소·중견기업 오너들이 공통으로 털어놓는 고민이다. 시중의 숱한 세무 컨설팅 업체들이 ‘중소기업 명의신탁주식 실제소유자 확인제도’를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포장해 자진신고를 권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과세관청 최전선에서 수많은 상속·증여 세무조사를 지휘했던 필자의 눈에, 철저한 법리적 검토 없는 섣부른 접근은 스스로 호랑이 굴로 걸어 들어가는 가장 위험한 도박이다.
자진신고의 환상과 ‘증여의제’의 서늘한 칼날
확인제도의 본질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이 제도는 과거 수년이 걸리던 주식인도청구소송 등 복잡한 민사소송 없이, 서류 심사 만으로 주주명부를 오너의 이름으로 신속하게 돌려놓을 수 있게 해주는 ‘절차적 편의’를 제공할 뿐이다. 과세관청이 진짜 주인을 확인해 줬다고 해서, 과거 명의신탁 행위에 대한 징벌적 세금(증여세 및 가산세)까지 면제해 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오히려 과세관청 입장에서 이 제도의 신청은 “내가 타인 명의로 주식을 신탁해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2(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를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자백과 같다. 소유권이 환원되는 즉시, 조사국의 시스템은 이를 인지하고 ‘조세회피목적’이 있었는지를 현미경처럼 검증하기 시작한다. 실명 전환의 기쁨도 잠시, 수십억 원의 증여세 고지서가 날아오며 회사가 발칵 뒤집히는 비극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가혹한 대법 판례: “조세회피 목적이 없음을 납세자가 입증하라”
명의신탁 증여의제 실무의 핵심 승부처는 단 하나, ‘조세회피목적’을 부인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하지만 법원의 잣대는 무섭도록 엄격하다.대법원은 확고한 판례(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4두11220 판결 등)를 통해, 명의신탁에 조세회피 목적이 없었다는 점에 관한 증명 책임은 과세관청이 아닌 이를 주장하는 ‘납세자’에게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단순히 발기인 요건을 채우기 위해서였다는 주관적인 변명은 법정에서 통하지 않는다.
대법원(2018. 3. 29. 선고 2017두74704 판결 등)은 명의신탁을 통해 단 1원이라도 종합소득세 누진과세를 피했거나, 과점주주에게 부여되는 제2차 납세의무를 회피할 ‘개연성’만 있었더라도 조세회피목적을 넉넉하게 인정해 버린다.
부과제척기간의 착시와 ‘유상증자’라는 숨은 지뢰
“설립한 지 15년이 지났으니 국세청이 세금을 매길 수 있는 부과제척기간이 만료된 것 아니냐”는 항변도 현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깨지는 논리 중 하나다.법인 설립 당시 최초 발행된 주식에 대한 증여세 부과제척기간은 지났을지 모른다. 그러나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유상증자를 단행했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대법원(2017. 2. 21. 선고 2011두10232 전원합의체 판결 등)은 유상증자 시 실소유자가 주금을 납입하고 수탁자 명의로 신주를 배정받은 경우, 이를 기존 주식과는 별개의 ‘새로운 명의신탁’으로 판단해 증여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즉, 20년 전 주식은 세금을 피할 수 있어도, 그 이후 발생한 신주들은 고스란히 과세 타깃이 되는 것이다.
조사국의 현미경: 자금 흐름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 등에서 세무조사를 총괄하며 목격한 명의신탁 적발의 가장 치명적인 단서는 ‘자금 흐름’이다. 오너들은 “당사자끼리 입을 맞추면 모를 것”이라 생각하지만, 과세관청의 금융 추적망은 오너의 상상을 초월한다.
국세청은 PCI(재산·소비·소득) 분석 시스템과 FIU(금융정보분석원) 자료를 교차 검증한다. 수탁자 명의로 지급된 거액의 배당금이 현금으로 인출돼 어디로 흘러갔는지 그 꼬리를 끝까지 밟는다. 만약 그 돈이 수탁자의 개인 대출 상환이나 생활비로 쓰였다면 업무상 횡령이나 새로운 증여 이슈로 비화된다. 반대로 현금화되어 오너에게 은밀히 전달된 정황이 포착되면, 이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누락에 따른 탈세 범죄로 직결된다.
해답은 ‘디지털 사전진단’과 원스톱 법률 방어
성공적인 실명 전환을 위해서는 섣부른 과세관청 방문 전, 조사국의 매서운 시각으로 회사의 과거 자금 흐름을 검증하는 고강도 ‘모의 세무조사’가 필수다.이에 필자가 속한 ‘디지털 컴플라이언스 & 리스크 센터’는 과세관청의 알고리즘과 동일하게 기업 데이터를 시뮬레이션하는 ‘디지털 사전진단(Digital Pre-diagnosis)’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운용 중이다. 기존의 아날로그식 검토를 벗어나 데이터 기반으로 제반 세목의 세무 리스크는 물론, 배임이나 횡령 등 형사적 쟁점까지 포괄적으로 계량화한다.
이러한 첨단 진단으로 복합적 리스크를 사전에 추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세불복 등 빈틈없는 법률적 방어막까지 ‘원스톱’으로 구축하는 것. 이것만이 징벌적 세금 폭탄을 피하고 안전한 가업승계를 완수하는 유일한 정공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