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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볼수록 화난다"…나랏돈 수백억 날린 '고대 3인방' [혈세 누수 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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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볼수록 화난다"…나랏돈 수백억 날린 '고대 3인방' [혈세 누수 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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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경기 종료 뒤 눈물을 쏟았습니다. 아르헨티나가 이집트에 0-2로 끌려가다 3-2로 승부를 뒤집은 직후였습니다. 이미 월드컵 정상에 오른 39세 선수도 한 경기 결과에 모든 감정을 쏟았습니다.

    국내 축구팬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한국 대표팀으로 향했습니다. "메시도 저렇게 절실하게 뛰는데 한국 축구를 보면 화가 난다", "월드컵 볼수록 홍명보호에 들어간 내 세금이 아깝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월드컵이 끝난 뒤 한국 축구의 중심에 있던 이른바 '고대 3인방'도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홍명보 전 감독은 32강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 미국으로 출국했습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대회 전 예고한 대로 월드컵 종료 후 물러났습니다. 홍 전 감독 선임을 주도한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는 캄보디아 프로축구단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 여론은 더 악화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풍경은 달랐습니다. 일본은 이번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32강전에서 브라질에 1-2로 역전패했습니다.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일본축구협회(JFA)는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에게 다시 지휘봉을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이어온 대표팀의 방향을 한 경기 결과로 폐기하지 않겠다는 판단입니다. 브라질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일본 축구계의 시선도 모리야스 감독 체제 유지 쪽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책임자들이 각자의 길로 떠나는 동안, 일본은 패배 뒤에도 기존 감독을 중심으로 다음 대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경 혈세 누수 탐지기팀은 도대체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드는지 그 답을 협회의 예산 운용과 철학에서 찾고자 합니다.
    ◇ 공공재원 비중 높은 한국, 그렇지 않은 일본
    대한축구협회에는 해마다 수백억원의 공공재원이 들어갑니다. 예산집행실적을 기준으로 일반회계와 축구센터건립기금회계를 합산하면 공공재원은 2022년 337억원, 2023년 356억원, 2024년 392억원, 2025년 229억원이었습니다. 여기에는 체육진흥투표권 기금과 국민체육진흥기금, 국고보조금 등이 포함됩니다.

    순수 국고보조금이 아니더라도 국민체육진흥기금과 체육진흥투표권 수익금 등은 사실상 준조세 성격의 공공재원으로 분류돼 경영공시 대상에 포함됩니다. 국고보조금은 해마다 수십억원 규모로 편성될 수 있지만 실제 집행하지 않은 금액은 반납해야 합니다.

    전체 세입에서 공공재원이 차지한 비중은 2022년 29.0%, 2023년 24.4%, 2024년 22.9%, 2025년 12.1%였습니다. 특히 2025년에는 투표권 기금이 크게 줄면서 비중이 낮아졌지만 그해에도 공공재원 229억원이 협회 재정에 투입됐습니다.




    JFA의 2025년 경상수익은 234억엔이었고 이 중 사업수익이 210억엔으로 89.6%를 차지했습니다. 보조금 등 수익은 약 11억엔에 그쳐 대한축구협회가 같은 해 받은 공공재원 229억원과는 액수에서도 상당한 격차가 났습니다. 일본은 최근 3년간 보조금 비중이 4%대에 머물며 자체 사업수익 중심의 구조를 유지했습니다. 결국 자생력부터 큰 차이가 있다는 말입니다.


    양국의 회계 분류와 공공지원 체계가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절대액을 그대로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다만 중앙 축구협회가 직접 인식한 공공 보조성 재원의 비중에서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 스포츠복권 수익 배분 방식도 다른 양국
    스포츠복권 수익을 나누는 방식도 다릅니다. 일본의 스포츠진흥복권 수익은 일본스포츠진흥센터(JSC)가 관리합니다. 축구 경기를 기반으로 복권이 판매됐다고 해서 그 수익이 자동으로 JFA의 고정 몫이 되는 구조가 아닙니다.

    JFA도 선수 육성과 지도자 교육 등 개별 사업에 지원받습니다. 그러나 지역축구협회와 지방자치단체, 지역스포츠클럽, 체육시설, 다른 종목단체도 심사를 거쳐 복권 재원을 지원받습니다. 축구에서 발생한 수익을 중앙 축구협회에 집중하기보다 스포츠 전반의 필요성과 공익성을 따져 배분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JFA 결산서에 표시된 보조금만으로 일본 축구 전체에 투입된 공공재원을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지역협회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직접 교부된 지원금은 JFA의 수입으로 잡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복권 재원이 중앙 축구협회에 집중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 38억원 대 15억원…비싼 감독은 뭘 했나
    돈을 얼마나 받았는지만큼 누구에게 일을 맡겼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글로벌 급여 분석업체 샐러리리크스(SalaryLeaks)의 추정에 따르면 홍명보 전 감독의 연봉은 216만유로, 약 38억원입니다. 모리야스 일본 감독은 82만1000유로, 약 15억원으로 추산됐습니다. 홍 전 감독의 추정 연봉이 약 2.6배 많습니다.

    이는 양국 협회가 공식 공개한 계약액이 아니라 민간업체의 추정치입니다. 연봉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낭비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간 한국 축구가 높은 연봉에 걸맞은 지도자를 공정한 절차로 선임했는지, 해당 감독이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일할 환경을 조성했는지입니다.

    한국 대표팀은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여론이 악화할 때마다 감독 교체론이 반복됐습니다. 파울루 벤투 감독과 4년간 구축한 방향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이후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약 1년 만에 경질됐습니다. 후임인 홍 전 감독은 선임 과정부터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고 월드컵 뒤 물러났습니다.

    비싼 연봉을 지급했지만 누구를 왜 뽑았는지를 둘러싼 논란은 해소되지 않았고 대표팀의 장기적인 색깔도 남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일본은 2018년부터 모리야스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겼습니다. 2022년 월드컵과 2023년 아시안컵을 거치며 비판 여론도 적지 않았지만 JFA는 감독을 즉각 교체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우승이라는 목표에는 실패했습니다. 그런데도 JFA가 다시 모리야스 감독의 유임을 추진하는 것은 8년간 구축한 대표팀의 방향과 브라질전에서 확인된 경쟁력을 함께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장기 집권이 꼭 옳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처음부터 장기적인 목표에 맞는 지도자를 선임하고 한 대회의 결과만으로 방향을 뒤집지 않는다는 점은 한국과 대비됩니다.
    ◇ 말뿐인 한국 비전과 일본의 '진짜 비전'
    돈과 인사를 운용하는 차이는 JFA가 제시한 세 가지 비전에서 드러납니다. 첫 번째 비전은 축구 보급에 힘쓰고 스포츠를 생활 가까이 가져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일본 대표팀을 강화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 감동을 주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항상 페어플레이 정신을 갖고 국내외 사람들과 우호를 깊게 하며 국제사회에 공헌하는 것입니다.

    대한축구협회는 축구의 대중화와 국민 건강 증진, 유소년부터 프로축구까지 모든 영역의 균형 있는 발전, 우수 선수·지도자·심판 양성, 국제 경기를 통한 국위 선양을 설립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련의 사태를 보면 과연 협회가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물음이 남습니다.

    양국의 비전은 지향점부터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일본은 축구를 통해 사람이 행복해지고 용기와 감동을 얻으며 사회와 연결되는 모습을 비전으로 제시합니다. 반면 대한축구협회의 목적은 조직이 수행해야 할 기능을 나열하는 데 가깝습니다. 축구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고 사람들에게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부터 다시 묻고 비전부터 새롭게 세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최근 한일 축구의 극명한 차이는 축구에 대한 접근법과 재정 운용이 누적된 결과라는 게 혈누탐팀의 종합적인 판단입니다.

    그동안 전면에 나서기를 꺼렸던 박지성마저 협회 쇄신에 뛰어들었습니다. 한때 일본보다 앞섰던 한국 축구가 이제 시스템 전반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만큼 이번 혁신은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이제라도 대한민국 축구가 옳은 방향으로 바로 서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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