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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이었어요"…대기업 S사 7년차 직장인의 고백 [본캐부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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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돌이었어요"…대기업 S사 7년차 직장인의 고백 [본캐부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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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를 '망돌'이라 칭했다. '망한 아이돌'이라는 의미를 뜻하는 '망돌'은 아이돌판에서 흔히 쓰는 말이다. 지난달 '망돌의 이력서'를 낸 이상현은 8년의 연습생 생활 끝에 큐엘이라는 이름으로 2014년 그룹 BTL 멤버로 데뷔했다. 하지만 1년 만에 소속사 사정으로 팀이 해체 위기에 몰렸고,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며 재기를 꿈꿨지만 결국 탈락하면서 팀은 공중분해됐다.


    '망돌의 이력서'는 그의 첫 오디션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을 담았다. 현재는 국내 유명 대기업 S사에서 AI 관련 업무를 맡은 7년차 직장인인 이상현은 "아이돌을 꿈꾸는 친구가 늘어나는 만큼, 저와 같은 친구들도 많을 텐데, 그런 친구들에게 '나 같은 사람도 잘 극복해서 살고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면서 그의 첫 책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뼈아픈 과거를 고백하는 데 서슴지 않았다. 중학교 시절 왕따를 당하고, 학교폭력을 피해 뒷산으로 도망을 다녀야 했던 사연, 그런 상황에서도 가수의 꿈을 품고 200번이 넘는 오디션을 봤고, 어렵게 연습생이 된 후에도 데뷔하기 위해 갑질하는 다른 연습생에게 휘둘려야 했던 시간들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SM엔터테인먼트 공개 오디션을 비롯해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를 뽑는 오디션까지 많은 회사의 오디션을 봤고, 또 떨어졌다. 그렇기에 이상현은 "그 그룹의 멤버가 될 뻔했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했다.

    "2011년부터 매일매일 써온 일기가 책의 밑거름이 됐어요. 일기를 들여다보니 제가 어떤 마음으로 오디션을 보고 숱한 감정들을 겪어왔는지 고스란히 남아있더라고요. 사실 저는 아이돌 활동 당시에도 주요 멤버가 아니었고, 스스로 상품성이 뛰어나지 않다는 걸 아는 현실적인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매일 청소를 도맡아 하며 특유의 성실함으로 버텼죠."

    기나긴 연습생 생활 끝에 어렵게 밟은 무대였지만, 회사 사정으로 활동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끝이 났다. 무너진 꿈의 자리에는 '망한 아이돌'이라는 꼬리표와 내신 5등급, 토익 450점이라는 초라한 현실만이 남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아버지가 마음껏 오디션을 보러 다닐 수 있도록 내건 조건 덕분에 입학한 '인서울' 4년제 대학에 다니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학교로 돌아온 이상현은 좌절하는 대신 치열한 취업 준비를 거쳐 hy(옛 한국야쿠르트) 홍보마케팅팀에 입사했고, 이후 현재의 회사로 이직해 인생의 2막을 살고 있다.


    "아이돌이라는 수식어가 취업시장에서 결코 환영받는 이력은 아니에요. 학교로 돌아갔을 때도 '아이돌 출신이 공부나 하겠냐', '취업은 할 수 있겠냐' 취급하는 사람들도 많았거든요."

    하지만 이상현은 이를 악물고 과 수석까지 차지했다. "어차피 자기소개서를 쓰면 아이돌 이력은 숨겨지지 않으니 저만의 도전 방식으로 취업을 준비했다"는 그는 첫 직장인 hy 입사 당시에는 차별점을 만들기 위해 매일 야쿠르트 매니저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현장의 목소리를 포트폴리오에 담아내는 집념을 보였다.


    그럼에도 직장 생활 내내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양날의 검이었다. 사내 유튜브 채널 등에 출연하며 홍보에 기여하기도 했지만, 그의 이력을 문제 삼으며 인신공격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가 "좋은 사람들이 정말 많았고, 지금도 그때의 팀장님과 연락하고 지낸다"면서도 이직을 선택해야 했던 이유다.

    "신입사원 시절엔 그 상처를 감당하기가 참 버거웠어요. 그래서 이직을 결심했고, 지금 회사에서는 사내 매체에 일절 등장하지 않고 오직 업무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명문대 정석 코스를 밟아온 훌륭한 동료들 사이에서, 이력이 특이한 제가 실수를 하면 '이래서 못 하나'라는 잣대가 씌워질까 봐 평소 연습생 때처럼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며 더 조심스럽게 회사 생활을 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이상현의 이력이 워낙 독특한 탓에 부서 이동이 있으면 "바로 소문이 난다"고 했다. 그는 초반엔 "헛소문일 겁니다"라고 넘기다, 친해지고 난 후엔 서슴없이 과거 얘기를 한다고 했다. 이번에 책이 나왔을 때에도 "주변에 강매를 했다"면서 웃었다.

    '망돌의 이력서' 발간, 데뷔 앨범과 다른 의미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이전부터 해왔지만, 집필 의지를 더 불태우게 된 시점은 아이돌 활동이 좌절됐을 때였다. 이상현은 "나중에 자리를 잡으면 꼭 이 경험담을 책으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망돌의 이력서' 출발점을 털어놓았다.

    "저도 유명 연예인이 돼 책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는데, 아이돌을 못하게 되니 '희망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 상황이 대형 매니지먼트사에서 나온 그룹이 아닌 이상 대부분 저와 비슷한 결말을 맞이하고 있고요. 그들은 연습도 오래하고, 취업을 위한 스펙도 쌓지 못한 상태에서 던져지니까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렇게 직장인이 된 케이스를 접하지 못했고, 그래서 용기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돌을 그만둘 때 결심했어요. 제가 꼭 좋은 기업에 취업해서 선례를 만들자고요."

    일기를 초고로 옮기고, 책의 절반 정도 분량을 집필했을 때 이상현은 여러 출판사에 직접 투고를 했다. 이후 연락을 받은 곳 중 가장 소통이 잘 됐던 현재의 회사와 출판 계약을 맺었다.

    처음 쓴 분량은 완성본의 2배 분량이었다. 이상현에게 "수정의 기준이 뭐였냐"고 묻자, "법적 이슈"라는 답이 돌아왔다. "내가 힘들었다"는 하소연이 아닌, "이런 상황에도 견뎌냈다. 그러니 당신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기에 법적인 문제가 불거질 부분을 빼는 것이 아쉽지 않았다.

    그렇게 첫 책이 나왔을 때, 이상현은 오히려 덤덤했다. "데뷔 앨범이 나왔을 때가 책이 나왔을 때보다 당연히 훨씬 기뻤다"며 "앨범은 제 꿈을 이룬 증거이자 성과라면, 책은 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했던 상황을 극복한 결과물"이라고 차이점에 대해 소개했다.

    적나라하고 지질했던 자신의 실패담을 세상에 내놓는 과정에서 그를 가장 든든하게 지켜준 건 가족, 특히 아버지였다.

    "이 책은 사실 아버지를 위한 책이기도 해요. 연습생 시절, 책에도 나왔던 그 갑질 연습생이 억지로 술자리에 불렀어요. 저는 술자리 장소와 먼 곳에 살고 있어서 대중교통도 끊기고, 다음 날 학교도 가야 하니 난감한데 그 그 친구가 나쁜 말을 해서 데뷔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는 마음에 나가곤 했어요. 그때 아버지가 항상 가게 밖에서 저를 기다려주셨어요. 왕따의 아픔을 이겨내고 아이돌로 데뷔할 수 있었던 것도, 연예계를 떠나 두 번째 직장인으로 도전할 때 '넌 다 할 수 있다'고 믿어준 것도 모두 아버지 덕분입니다. 책이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아버지께 선물해 드리고 싶었어요."
    "후배 아이돌들, 연락 언제든 환영합니다."


    대기업 7년차 직장인으로 2024년 결혼해 올해 아빠가 된 그다.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안정된 삶을 살아가지만, 모든 직장인의 고민인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를 그도 똑같이 고뇌하고 있었다.

    첫 책에서 하고 싶은 메시지를 모두 쏟아부었기 때문에 "두 번째 책을 쓴다는 목표는 없다"는 그다. 다만 "막연히 두 번째 이력서를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아버지에게 받았던 사랑처럼, 아이돌 후배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다는 진심을 거듭 강조했다.

    "제가 취업을 준비하던 때, '아이돌 출신'이라고 하면 '신기하다'고 했는데, 이제는 워낙 많다 보니 피로감을 느끼시는 거 같더라고요. 그런 상황에 놓인 친구들에게 제가 도움을 주고 싶어요. 채용 시장에 뛰어드는 건 허들이 있다고 봐요. 대학도 졸업해야 하고, 스펙도 쌓아야 하죠. 그런 것에 고민이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도와주고 싶어요. 지금 육아로 바쁘지만, 이런 아이돌이 많아지는 현실에서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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