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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 중 해외여행 11번 가도 "해고 안돼"…공기업 근태 논란[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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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 중 해외여행 11번 가도 "해고 안돼"…공기업 근태 논란[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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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무시간 중 노동조합 활동을 하겠다며 '근무협조'를 신청한 뒤 출근하지 않고 수차례 국외여행을 다녀온 공기업 직원에 대한 파면 처분은 지나치게 무겁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직원의 행위가 부당근태이자 기만행위로서 징계 사유에는 해당하지만, 회사 측의 방만했던 근태 관리 관행 등을 고려할 때 해고는 과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회사가 해고 기간의 밀린 임금 수천만원과 복직시킬 때까지 월급도 지급하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부실한 기업의 근태 관리가 결국 회사에 법적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조언한다.


    ○"노조 활동" 핑계로 근무 중 22차례 해외여행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직원 A씨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하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공사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해 온 A씨는 노동조합 간부로 장기간 활동해 왔다. 그런데 감사원이 2024년 6월부터 7월까지 한국철도공사에 대한 정기감사를 실시한 결과 A씨가 2022년 6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약 22개월 동안 노조 업무와 관계없이 총 11회에 걸쳐 16일의 '근무협조'를 활용해 필리핀 등으로 국외여행을 다녀온 사실이 적발됐다. 근무협조는 회사 승인을 받아 근무시간 중에도 조합활동을 할 수 있는 제도다.

    A씨는 출근 시간이 '야간'임에도, 일하지 않는 낮 비번 시간에 노조 활동을 하겠다며 근무협조를 신청해 승인을 받아두고 정작 출근해야 하는 야간 근무시간에는 해외로 가는 방식을 썼다. 또 원래 예정된 근무를 '비상대기 근무'로 변경한 뒤, 동료 직원에게 부탁해 출근한 것처럼 허위 서명을 하는 방식을 썼다. 감사원 통보를 받은 한국철도공사는 내부 감사를 거쳐 A씨에게 가장 무거운 징계인 '파면'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관리 소흘...직원에만 전적 책임 안돼" 근로자 손

    재판에서 A씨는 승인받은 근무협조 시간 내에 실제 노조 활동을 일부 수행했고, 비상대기가 일종의 '대체휴일' 개념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근무시간 '이외'의 시간으로 근무협조를 신청·승인받아 그 시간에 노조활동을 했다고 근무시간에 대한 근로의무가 면제된다거나,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사적으로 근무협조 제도를 악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해외여행을 갔음에도 비상대기 출근한 것으로 처리한 것은 부당근태이자 직장 내 질서 문란행위"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의 관리 소홀 책임을 꼬집으며 '파면'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한국철도공사는 감사원 감사가 있을 때까지 근로자들의 근무협조 등 부정사용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며 "근로자들에게만 전적으로 그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아울러 "지정된 시간 외의 시간에 조합활동을 충실히 하면 근태를 문제 삼지 않는 관행 내지 분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참작됐다.

    여기에 A씨가 29년이 넘는 기간 동안 4회 표창을 받았고, 정직 1개월의 전력 외에는 특별한 징계가 없었던 점, 동료들이 선처를 탄원한 점 들어 파면은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해고 기간 동안 A씨가 정상 근무했다면 받았을 임금 약 7300여만 원과 복직할 때까지 월급여 8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부실 복무 관리가 되레 징계 감면 사유" 비판도

    이번 판결은 근로자의 명백한 무단이탈 및 부당근태 행위가 적발됐어도 사용자가 평소에 이를 인지하고도 묵인해 온 '방만 관행'이 있었다면 그 책임을 전적으로 근로자에게만 돌려 전격 해고(파면)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다.



    최근 법원은 공기업 등이 노조 활동을 이유로 유급 근무면제(타임오프)나 근무협조 제도를 운용할 때 근태 관리를 엄격하게 하지 않고 방치하다가 사후에 적발해 일벌백계식 징계를 내리는 방식에 제동을 거는 추세다. 직장 내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평상시 시스템적인 근태 관리와 투명한 규정 적용이 선행돼야 한다는 논리다. 노조 활동에 대해 관대한 회사의 관행을 이유로 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주인 없는 공기업의 복무 관리 부실을 악용한 근로자에게 복무 관리 부실을 이유로 면죄부를 주는 셈이란 비판도 나온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정부가 출자한 공공기관 직원은 사기업 근로자에 비해 엄격한 청렴성, 도덕성 등이 요구된다는 기존 법원 판결을 감안해도 부실 근태 관리를 악용한 모럴해저드가 되레 징계 감면 사유가 되는 것은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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