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수익을 좇아 증시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주춤하고 있다. 올 들어 매월 두 자릿수 급등세를 이어가던 코스피지수가 최근 주춤하자 투자자의 경계심이 커진 영향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이후 반복되는 롤러코스터 장세도 투자자의 피로감을 키우며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매 안 하고 관망세로 돌아서

9일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대형 증권 3사(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예탁자산 30억원 이상인 고액 자산가의 총자산은 지난 7일 기준 158조7124억원이었다. 지난 5월 말 184조723억원에서 13.8%(25조3599억원) 감소했다. 최근 국내 증시 조정으로 평가금액이 감소한 가운데 일부 차익 실현이 동시에 나타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자산군별로 현금성 자산 비중은 7월 9.1%로 5월(8%)보다 1.1%포인트 높아졌다. 전체 자산군 가운데 비중이 가장 많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 비중은 5월 71.8%에서 7월 69.0%로 2.8%포인트 낮아졌지만 국내 채권과 해외 채권 비중은 각각 0.7%포인트, 0.4%포인트 높아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흐름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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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자산가를 상대하는 지점에서도 “관망세가 짙어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우창 NH투자증권 압구정WM센터 프라이빗뱅커(PB)는 “고객의 여유 자금이 상당 부분 증시에 들어가 있는 데다 은행권에서 주식담보대출과 직장인 신용대출 문턱을 높여 신규 투자 자금 유입이 줄어들고 있다”며 “최근 극심한 변동성 장세로 ‘주식시장이 도박판이 됐다’며 자금을 일부 회수하는 자산가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동안 지속되면 발동하는 ‘서킷브레이커’가 여섯 번 울렸다. 역대 열두 번 가운데 절반이 올해 발동됐는데, 네 차례가 5월 27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집중됐다. 유가증권시장 ‘매도 사이드카’도 올해 열일곱 차례 발동돼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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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삼성전자 실적 발표 이후 지수가 떨어지자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한 이들은 지수 하락이 장기화하면 손실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김승환 미래에셋증권 압구정WM팀장은 “6월 초까지만 해도 신규 자금이 들어왔으나 최근에는 위축됐다”며 “반도체 사이클과 국내 증시 전망에 대한 고객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 여의도의 한 전업투자자는 “‘선수’들이 이번주 초부터 일부 수익을 실현하고 현금을 확보하는 분위기”라며 “지난달 선제적으로 처분한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 주식·金 문의도
최근 자산가들은 국내 주식 이외 투자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팀장은 “시장이 흔들리고 있으니 일단 기술적 반등이 나올 때 의사결정을 하자는 분위기”라며 “일부 고객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돌리려는 수요도 있다”고 말했다.전통적 안전자산인 금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도 있다. 김경배 하나증권 The H1 W부지점장은 “최근 금 투자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6월 중순까지는 지수가 빠질 때마다 주식을 저가 매수하는 투자자가 많았지만 6월 말부터 대체로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PB 사이에서는 이달 말 빅테크 실적 발표 이후 반도체 사이클 흐름을 확인한 뒤 움직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한 국내 대형 증권사 PB는 “단기 변동성을 활용한 매매를 하면서 그동안 소외된 해외 주식 또는 나스닥지수 관련 상품에 관심을 기울여보는 것도 좋다”며 “국내 주식은 실적이 담보되는 소외주 중심으로 눈여겨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조아라/오현아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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