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한 유토피아가 도래한다면, 인간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모든 게 완벽하고 평화롭다면 너무나 지루해서 오히려 고통스럽지는 않을까.
닉 보스트롬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의 <딥 유토피아>가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과거 <슈퍼인텔리전스>를 통해 AI의 개발 경로를 짚고 초지능의 위험성을 경고했던 그가 이번에는 완벽해진 세상 속 인간의 삶에 관한 사고실험을 이어간다.
책을 펼친 독자들은 강의실 한복판으로 초대된다. 저자인 보스트롬이 ‘유토피아의 문제’를 주제로 한 강연을 일주일간 대학에서 진행하는 형식으로 책이 구성됐다. 저자의 강의는 물론 수강생들의 질문과 감상, 각종 잡담까지 엿볼 수 있다.
첫째 날인 월요일, 보스트롬은 유토피아에서 인류가 마주하게 될 현실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강의한다. 그는 경제학자 케인스의 관점을 빌려온다. 1930년 케인스는 향후 100년간 생산성이 급격히 향상돼 주당 평균 근로 시간이 15시간으로 줄어들 것으로 봤다.
이 예측은 반만 맞았다. 생산성은 놀랍게 올랐지만, 근로 시간은 그의 예측보단 길다. 그런데 케인스가 다시 살아난다면 그는 ‘조금만 더 기다리면 주당 1시간 근무가 실현될 것’이라 주장할 수 있다. 생산성이 지금보다 늘어난 미래에도 사람들은 상당한 시간을 일에 투입할까.
책에서 보스트롬은 사회적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은 이타적인 동기, 새로운 기호품 등 다양한 원인으로 사람들이 일을 계속할 수도 있다고 짚는다. 완전한 자동화 혹은 불완전한 자동화 등 시나리오별 결과에 대한 추측도 제시한다.
화요일에는 인구 성장률의 차원에서 유토피아를 이야기하고, 수요일에는 모두가 일하지 않는 공간에서 인간은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를 다룬다. 목요일에는 유토피아에서도 인간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지 고찰하고, 신체적 증강을 통해 등장하는 '포스트 휴먼'의 가능성도 살펴본다.
금요일에는 인간이 추구할 만한 것들을 제안한다. 나아가 마지막 토요일 강의에선 유토피아에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철학적 차원에서 파고든다. 만약 대학 정원에서 잔디의 수를 세는 것처럼, 우리가 하는 일의 의미가 없어진다고 해도 그것이 의미 있는 목적이 될 수 있을까.
논의의 수준이 풍부하고 깊어 다소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다만 책에는 강연뿐만 아니라 우화적 이야기도 삽입돼 있다. 유토피아 문제에 대한 상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