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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걸어서 퇴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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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걸어서 퇴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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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따금 걸어서 퇴근한다. 구청 집무실을 나서 양재역을 지나 집까지 30분 남짓, 길 위에서 마주치는 도시의 풍경은 고단하지만 따스하다. 마트에 들러 저녁 찬거리를 고르는 주민과 상인의 정겨운 대화, 골목 노포에서 묵은 피로를 풀어내는 직장인들의 웃음소리, 양재천 산책에 나선 이들의 여유로운 발걸음까지. 하루를 마감하는 도시의 호흡을 따라가며 미래의 영감을 얻는 소중한 시간이다.

    노을이 내려앉은 주택가와 골목, 산책로와 빌딩 숲을 가로질러 걷다 보면 ‘N분 도시’라는 세계적인 흐름을 새삼 체감하게 된다. 일상 속에서 일하고, 머물며, 즐기는 복합적이고 유연한 공간이 눈에 자주 들어온다. 주거와 상업, 업무 지역을 엄격히 분리하던 산업화 시대의 과거 도시계획이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의 흐름 속에서 그 체질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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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구는 직(職)·주(住)·락(樂), 즉 일터와 삶터, 쉼터가 한데 어우러진 ‘콤팩트 시티(Compact City)’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경부간선도로와 반포대로 지하화는 앞으로 도시의 풍경을 가장 크게 바꿔놓을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빠르게 도시를 가르던 자동차의 흐름이 지하로 이동하고, 그 위를 사람이 걸으며 녹지와 문화 공간을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초구 한가운데에 있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지하화하고 그 위 지상부를 업무·상업·주거 복합시설로 조성하는 것 역시 N분 도시계획의 꿈이다. 수많은 차와 버스가 스쳐 지나가는 삭막한 거리가 앞으로는 일하고, 머물며, 즐기는 공간으로 바뀔 것을 상상하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물론 이런 도시 변화를 나 혼자만의 결정으로 이뤄낼 수 없다. 지난해 열린 ‘2040 도시발전 정책 포럼’을 통해 서초의 미래 구상을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더 나은 도시, 더 현명한 개발을 위해 서초 주민과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댔다. 여기서 나온 소중한 의견이 도시 발전의 밑그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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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는 점이 아니라 선으로 완성된다. ‘직주근접, 편리한 생활, 즐거운 여가문화’라는 점들을 하나의 선으로 이어야 한다. 지난 1일 새롭게 시작한 민선 9기는 그동안 한 점, 한 점 놓아둔 도시의 포석 위에서 서초구의 대변혁이 선명한 선으로 드러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행정가로서 내 소명은 지금처럼 도시 구석구석을 누비며 주민의 삶과 도시 개발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도록 발걸음을 맞추는 일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걸어서 퇴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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