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운 여름, 갈증을 달래주는 수박에 대장암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수치를 "수박을 먹으면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뜻으로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23년 국제학술지 '세계 소화기학 저널(World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실린 메타분석은 1996년부터 2017년까지 발표된 관찰연구 24편, 참가자 106만8158명의 자료를 종합해 과일 종류별 섭취량과 대장암 발생의 관계를 살폈다. 그 결과 수박 섭취량이 많은 집단은 적은 집단보다 대장암 위험이 26% 낮게 나타났다.
수박에는 항산화 성분인 라이코펜이 비교적 풍부하다. 미국 농무부(USDA) 자료에 따르면 수박 한 컵에는 토마토보다 40%가량 많은 라이코펜이 들어 있으며, 라이코펜은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세포 손상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26%라는 수치는 인과관계가 아니라 연관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참가자에게 실제로 수박을 먹인 뒤 암 발생 여부를 추적한 임상시험이 아니라, 평소 식습관과 대장암 발생의 상관관계를 되짚어본 관찰연구이기 때문이다. 수박을 자주 먹는 사람은 다른 과일과 채소 섭취량도 많고 운동과 체중 관리에도 신경 쓰는 경향이 있어, 대장암 위험을 낮춘 요인이 수박 자체가 아니라 이런 생활습관 전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상당수 연구가 설문 응답자의 기억에 의존해 섭취량을 조사했다는 한계도 있다.
수박은 흔히 '장에 좋은 과일'로 여겨지지만, 식이섬유 함량 자체는 많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생수박 적육질 100g에는 수분이 91.1%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식이섬유는 0.2g(수용성·불용성 각각 0.1g)에 그친다.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는 사람이라면 수박으로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 배변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수박만으로 변비가 개선되거나 장내 환경이 뚜렷하게 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장 건강을 위해서는 수박 한 가지보다 채소, 통곡물, 콩류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