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어컨은 그동안 필터만 직접 청소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니까 돈이 들더라도 전문가에게 맡기려고 견적 받아 봤어요. 살균까지 제대로 하고 싶어서요."
임신 7개월 차 김예진 씨(30)는 출산을 앞두고 최근 에어컨 분해 청소를 예약했다. 무더운 여름을 앞두고 비용을 아끼기보다 신생아가 생활할 공간의 위생을 우선 고려한 선택이다.
김씨처럼 출산을 앞둔 임산부들 사이에서는 에어컨·세탁기 분해 청소부터 가구 재배치, 정리수납까지 전문가에게 맡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가족이 함께 집안을 정리하거나 직접 아기방을 꾸미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필요한 서비스를 지불하는 '출산 준비의 서비스화'가 나타나고 있다.
◇ 임산부 10명 중 7명…청소·가구 재배치 서비스 이용

이 같은 변화는 출생아 수 반등과 맞물려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출생아 수는 7만501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8% 증가했다. 지난 3월 출생아 수는 2만52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4% 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2019년 1분기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출생아 수가 증가하면서 출산 준비 유료 서비스를 찾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신생아의 건강과 직결되는 주거 환경을 미리 관리하기 위해서다. 생활서비스 플랫폼 숨고가 임산부 2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3.8%는 출산 전후 아기를 위해 집을 깨끗이 관리해야 한다고 답했다. 출산을 앞두고 가장 걱정되는 요소로 '집안 먼지와 위생 상태'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러나 임산부 10명 중 6명은 무거운 몸으로 직접 집안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에 응답자의 76.3%는 청소나 가구 재배치 등 전문가 서비스를 이용해 본 경험이 있었다. 이용 경험이 없는 응답자 사이에서도 71.4%는 향후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임산부들이 가장 많이 관심을 갖는 서비스는 세탁기 청소(96.5%)였다. 가구 이동과 재배치(89.1%)도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신생아가 생활할 공간 위생과 동선을 미리 정비하려는 수요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에어컨, 세탁기·건조기 등 클리닝을 진행하는 민간 업체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소파, 매트리스, 아기용품 소독·살균 등을 클리닝하는 한 업체 대표는 "체감상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아이를 한 명만 낳는 경우도 많아 좀 더 환경 관리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으시더라"라고 말했다.

◇광주·경기도 등 공공에서도 '외주화' 지원
이 같은 변화는 민간 플랫폼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출산 준비를 외주화하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공 지원도 확대되는 추세다. 광주광역시는 임산부 1인당 청소, 정리 정돈 등 가사 지원이나 정리수납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20만원을 제원하고 있다. 경기도 또한 중위소득 150% 이하인 임산부·맞벌이 등 가정에 청소, 설거지, 세탁, 쓰레기 배출 등 가사 서비스를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업계에서는 해당 서비스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숨고 관계자는 “최근 출산율 반등과 함께 안전하고 쾌적한 양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사람을 불러 주거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려는 예비 부모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가족 구조·문화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분석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출산을 위한 가사노동을 가족 구성원이 전담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며 "과거에는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가 도와주는 경우가 많았지만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이를 대신할 전문 서비스를 찾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 교수는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양육관 차이로 조부모의 돌봄 개입이 줄어든 점도 서비스 수요를 키운 요인"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임산부의 신체적 부담을 줄이고 심리적·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공공의 가사 지원 역시 저출생 극복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지원"이라며 "출산과 육아를 개인이나 가족만의 책임으로 보지 않고 사회가 함께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