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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에 가려진 변화, '임금비용 구분 지급'과 '확인 의무' [지평의 노동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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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에 가려진 변화, '임금비용 구분 지급'과 '확인 의무' [지평의 노동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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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노동법 지면은 사실상 한 단어가 독점했다. 바로 노란봉투법이다. 원청이 하청 노동조합의 사용자로 인정될지, 어떤 의제를 교섭해야 할지가 모두의 관심을 끄는 동안, 원청에게 영향을 줄 또 다른 변화가 비교적 조용히 국회를 통과했다.


    2026년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같은 해 4월 7일 공포된 개정 근로기준법(2027년 1월 1일 시행)은 도급 사업에서 임금비용을 구분 지급하도록 하는 제44조의4를 신설했다. 이에 따라 원청은 하청에 도급대금을 지급할 때 임금에 해당하는 비용을 별도로 지급하고, 하청이 이를 근로자에게 제대로 지급했는지 확인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
    원청에 추가된 두 가지 의무
    하나는 구분 지급 의무다.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도급금액을 지급할 때, 수급인이 자신의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임금에 해당하는 비용을 구분하여 지급하도록 했다(제44조의4 제1항). 도급대금 안에 뭉뚱그려져 있던 임금 몫을, 다른 사업 비용과 분리해서 보내라는 것이다. 임금으로 쓰여야 할 돈이 중간 단계에서 다른 용도로 새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이다.

    다른 하나는 확인 의무다. 도급인은 수급인이 전월에 자신의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제44조의4 제4항). 도급인을 임금지급의 방관자에서, 수급인의 임금 지급 여부를 들여다보는 점검자의 지위로 끌어올린다.


    한마디로 제44조의4는 도급인에게 "임금 몫을 구분해서 주고(구분 지급), 그 돈이 실제로 임금으로 갔는지 확인하라(확인)"는 두 가지 행위를 요구한다. 다단계 하도급으로 운영되는 건설업과 조선업 등에서, 임금 몫이 중간 단계를 지나며 증발해 버리는 구조적 체불을 끊겠다는 입법 의도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의무를 지는 '도급인'은 누구인가. 제44조의4 제1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을 도급인으로 열거하고 있어, 언뜻 공공부문을 주로 겨냥한 규정처럼 보인다. 그러나 같은 항 제6호는 "그 밖에 제1호부터 제5호까지에 해당하지 않는 도급인"까지 포섭한다. 결국 공공부문에 한정되지 않고 민간 영역의 주요 도급인(시행령으로 정하는 업종ㆍ규모)이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구분 지급과 확인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해야 하는지는 제44조의4 제7항이 고용노동부령에 위임하고 있다. 실제 윤곽은 앞으로 마련될 시행규칙에서 드러날 것이므로, 그 내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근로기준법은 이미 도급에서의 임금 책임을 두 갈래로 규율해 왔다. 제44조는 직상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하수급인이 근로자에게 임금을 주지 못한 경우, 직상 수급인이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책임지도록 한다. 제44조의2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건설업에서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진 경우 직상 수급인은 자신에게 직접적인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하수급인 근로자의 임금을 연대하여 책임지도록 한다.

    두 조항의 공통점은 체불이 이미 '발생한 뒤'의 문제라는 데 있다.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를 사후에 정리하는 규정이다. 제44조의4는 다르다. 체불이 '발생하기 전'에, 도급인이 미리 임금 몫을 구분해서 주고 지급 여부를 확인하게 하는 사전적 행위의무를 부과한다. 책임의 시점이 사후에서 사전으로 옮겨간 것이다. 연대책임이 '터진 뒤에 함께 메우는' 안전망이라면, 제44조의4는 '터지지 않게 미리 점검하는' 예방장치에 가깝다. 도급인이 져야 할 부담의 성격 자체가 달라졌다.
    기업의 점검 매뉴얼



    그렇다면 다단계 도급 구조를 가진 기업은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가.

    첫째, 도급대금 산정과 지급 단계에서 임금에 해당하는 비용을 별도 항목으로 구분할 수 있도록 계약서와 정산 양식을 정비해야 한다. 임금 몫이 총액 안에 섞여 있으면 '구분하여 지급'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



    둘째, 수급인의 전월 임금 지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를 갖춰야 한다. 증빙을 정기적으로 받고 보관하는 체계를 만들어 두는 것이 핵심이다. '확인했다'는 것을 사후에 입증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셋째, 조선ㆍ건설처럼 도급이 여러 단계로 이어지는 구조에서는 각 단계마다 의무가 어떻게 흐르는지를 미리 점검해야 한다.
    노란봉투법 해석 변수될까
    여기서 한 가지 까다로운 질문이 남는다. 도급인이 제44조의4에 따라 임금 몫을 구분해 지급하고 하청의 임금 지급을 확인하는 행위가, 그 자체로 노란봉투법상 '실질적ㆍ구체적 지배력'의 징표로 읽히지는 않을까.

    이를 두고 평가가 갈릴 수 있다. 한편에서는, 도급인이 도급대금 중 임금에 해당하는 비용을 구분해서 지급하고 전월 지급 여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 자체가 임금이라는 근로조건에 대한 관여의 외형을 더한다고 본다. 하청 노동조합으로서는 "임금 비용을 구분해 주고 지급 여부까지 확인하면서 임금에 대한 지배력이 없다고 할 수 있는가"라고 되물을 수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제44조의4가 임금의 액수를 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임금 몫을 분리해 지급하고(구분 지급) 그 지급 여부를 점검하라(확인)는 절차적 의무에 그치므로, 이를 곧바로 실질적 지배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 결국 임금 상당액을 누가 산정하는지, 확인을 어디까지 요구하는지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노란봉투법과 근로기준법 제44조의4는 모두 계약의 형식이 아닌 관계의 실질을 보고, 그 실질적 영향력을 가진 자에게 책임을 지우겠다는 방향으로 이해된다. 원청의 사용자성을 다투는 노란봉투법에 시선이 쏠려 있는 사이, 도급금액에서 임금비용을 어떻게 구분하고 무엇을 확인해야 할지 살펴야 할 시간은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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