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11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을 놓고 여야가 2일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대화와 타협 정신'을 배신한 처사라고 비판했고, 민주당은 스스로 협상을 걷어찬 국민의힘의 몽니라고 맞섰다.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78년 국회 역사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라며 "우리 국회가 만들어온 전통과 관례는 그냥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구태의연한 인습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선배 정치인들이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여야가 서로 대화하고 싸우기도 하며 합심해 만들어낸 것"이라며 "관례의 본질은 대화와 타협이고, 의회의 본질도 대화와 타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여야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며 "말로만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하지, 김대중 정신을 완전히 배신한 게 지금의 민주당"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국회법에 따라 운영해 나가되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룩해 나가는 것이 정치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한 바 있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 다수당이자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독점한 것도 문제지만, 그 과정에서 소수 야당을 존중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결정해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독재적 행태가 본질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11개 상임위원장을 먼저 선출했다고 한다"며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이 없는데 일하는 국회가 가능하겠느냐,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가 아니라 대통령의 거수기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국민의힘 주장에 민주당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주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은 이제 와서 '김대중 정신'과 '의회민주주의'를 들먹이며 국회 정상화를 '입법 독재'로 매도하고 있다"며 "스스로 협상 테이블을 걷어차 놓고 터무니없는 몽니와 억지만 일삼는 '정쟁의 힘'이 과연 책임 있는 원내 제1 교섭단체의 자세인지 국민들은 묻고 있다"고 주장했다.그러면서 "지금은 누가 더 완강하게 버티는지 겨루는 소모전을 벌일 때가 아니라 1분 1초라도 더 빨리 민생입법을 통과시켜야 할 때"라며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경기 회복세를 경제 전반으로 확산시켜 '모두의 성장'을 이뤄내야 할 시급한 과제가 국회 앞에 쌓여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폐업 소상공인 정책자금 상환 부담 완화, 체불임금 보호, 장마철 재난 대비처럼 국민 생계와 안전에 직결된 현안은 상임위가 열려야 점검하고 챙길 수 있다"며 "국회가 멈추면 민생도 멈춘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여전히 7개 상임위원장은 국민의힘 몫으로 남아 있다"며 "국민의힘은 이제라도 소모적 공세를 멈추고 남은 7개 상임위 구성에 조속히 협조해 국회를 정상화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신속하게 임시회를 소집하고 위원장이 선출된 11개 상임위원회만이라도 먼저 회의를 열어 시급한 민생 현안을 꼼꼼히 살피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국민의힘과의 원 구성 협상이 최종 결렬되자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다. 이날 민주당이 위원장을 선출한 상임위는 법제사법위원회, 정무위원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방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운영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11곳이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