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고승연·이동현은 스테이블코인을 이 책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에 가치를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낮춘 암호화폐다. 저자들은 블록체인이 달러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달러를 더 빠르고 넓게 유통시키는 새로운 인프라가 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코인을 다룬 책이지만, 실제로는 국제통화질서와 지경학을 함께 읽는 데 무게를 둔다.
책은 최근 몇 년간 개별 뉴스로 접했던 사건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다. 미·중 패권 경쟁, 공급망 재편, 경제안보, 미국 국채,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성장 등이 결국 달러 패권이라는 하나의 축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미국 국채 수요를 떠받치고, 이는 다시 달러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구조를 설명하는 대목은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시각을 제공한다.
경제 현안을 다루면서도 지나치게 전문 용어에 기대지 않는 점도 장점이다. 스테이블코인이나 블록체인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도 큰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설명을 풀어낸다. 코인 자체보다 '돈은 어떻게 움직이고, 국가는 이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하는가'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만하다.

다만 다양한 국제 정세와 금융 이슈를 하나의 서사로 엮다 보니 일부 주제는 다소 압축적으로 다뤄진다.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각국의 규제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등 앞으로 달러 질서에 영향을 미칠 변수는 상대적으로 깊게 다루지 않는다. 독자에 따라서는 이러한 대안적 시나리오까지 함께 제시됐더라면 이해의 폭이 한층 넓어졌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럼에도 이 책의 미덕은 분명하다. 투자의 대상으로 봤던 암호화폐를 국제경제 질서를 읽는 창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코인의 가격이 아니라 화폐의 힘을 이야기하고, 블록체인 기술보다 달러의 미래를 묻는다. 디지털 자산을 둘러싼 논쟁을 투자 관점이 아닌 국제 금융질서의 변화라는 틀에서 바라보게 하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이다. 지정학·지경학·투자를 잇는 현실적인 미래 예측을 해보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