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단 16%만 재활용됩니다. 나머지가 우리에겐 훌륭한 금맥이죠.”
글로벌 재활용 기업 테라사이클의 톰 재키 창업자 겸 대표(사진)는 26일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처리 불가능한 쓰레기로 보지만 우리는 새로운 원료이자 사업 기회로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계 환경의 달’ 6월을 맞아 아시아 최초로 선보인 재활용 폐기물 수거 서비스 ‘제로웨이스트 박스’의 홍보를 위해 방한했다.
◇ ‘답 없던’ 폐기물서 기회 찾아
1982년 1월 구소련 시절 헝가리에서 태어난 재키 대표는 부모와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고 그곳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2001년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그는 한 창업경진대회에 참가해 음식물 쓰레기를 먹인 지렁이의 배설물로 비료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중퇴 후 창업을 선택했다. 그는 “처음엔 모두가 미쳤다고 했지만 결국 미국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혁신 상품이 됐다”며 “당시 경험이 기존 시스템 밖에서 사업 기회를 찾게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출범한 테라사이클은 기존 재활용 시스템이 처리하지 못하는 생활 폐기물로 새로운 원료를 만드는 사업을 통해 현재 21개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다.재키 대표가 쓰레기에 주목한 이유는 단순했다. 규모가 크지만 누구도 제대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쓰레기 문제는 약 75년 전부터 시작됐다”며 “제품이 복합 소재로 바뀌고 소비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재활용되지 않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알루미늄 캔이나 페트병. 종이처럼 경제성이 있는 품목만 일부 재활용될 뿐 칫솔, 커피캡슐, 욕실용품, 사무용품, 과자봉지, 기저귀 등 대부분 생활 폐기물은 그대로 땅속에 묻힌다.
테라사이클은 과자 봉지, 칫솔, 화장품 용기, 커피 캡슐 등 재활용이 어려운 생활 폐기물만 수거해 이를 원료화한 뒤 재판매한다. 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과 환경 캠페인 등을 명분으로 기업이 재활용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도 나이키와 이마트, 우정사업본부, 동서식품 등 19개 기업 및 공공기관과 협업하고 있다. 초반 수거 및 처리 비용 문제를 해결했고 폐기물로 재생원료를 만들어 추가 수익을 냈다.
◇ 2020년 이후 연평균 14% 성장
지난해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7850만달러(약 1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는 “기존 폐기물 처리 분야는 혐오 산업이다 보니 다들 기피하는데 그게 우리에게는 오히려 블루오션이 됐다”고 했다.테라사이클은 2020년 제로 웨이스트 박스 서비스를 내놨다. 사용자가 원하는 품목의 박스를 구매해 폐기물을 모아 보내면 이를 수거해 원료화하는 서비스다. 회사는 사무용품, 화장품 용기부터 볼펜, 구강제품, 안경, 커피 캡슐 등 사용자가 자주 버리는 용품과 관심 품목에 맞춰 폐기물 카테고리를 39개로 세분화했다.
2020년부터 연평균 14%씩 성장하자 글로벌 폐기물 기업인 웨이스트 커넥션즈, 베올리아와 일본 종합상사 이토츄 등의 해외 투자가 이어졌다. 환경 개선과 자원 확보라는 두 가지 가치를 인정받은 결과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은정진/사진=김범준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