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로는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 부동산 지형도를 재편하는 핵심 축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이 가시화하면서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바뀌고 있다. 한경닷컴은 노선별 개통 효과와 역세권·비역세권 간 가격 격차, 거래 흐름 변화를 데이터와 현장 취재로 짚는다. 철로를 따라 달라지는 집의 가치와 시장 재편의 실체를 검증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예전엔 창동이라고 하면 '서울 끝'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죠. 지금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에 서울아레나 얘기까지 나오니까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최근 찾은 서울 도봉구 창동역 인근 공인중개업소. 이곳에서 만난 한 중개업소 대표는 창동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창동은 오랫동안 서울 동북권의 대표적인 베드타운으로 꼽혔습니다. 서울 지하철 1호선과 4호선이 만나는 환승역이 있었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주로 노원이나 중계, 상계 등에 쏠렸습니다. 창동역 주변에는 대규모 차량기지가 자리했고 '서울 북쪽 끝 동네'라는 인식도 강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창동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GTX C노선이 정차하는 데다 복합환승센터와 서울아레나, 창동차량기지 이전 사업 등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수도권 동북부 교통·문화 중심지로 재편되고 있어서입니다.
GTX가 분위기 확 바꿨다
창동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GTX입니다. GTX-C는 경기 양주 덕정에서 수원까지 연결하는 광역급행철도입니다. 창동역은 이 노선의 핵심 정차역 가운데 하나입니다. 개통 시 창동에서 삼성역까지 이동 시간이 크게 단축될 전망입니다.창동역은 GTX-C만 들어오는 곳이 아닙니다. 기존 1호선과 4호선에 GTX-C가 더해지고 향후 복합환승센터까지 조성될 예정입니다. 서울시는 창동역 일대를 수도권 동북부 광역교통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창동은 철도 호재뿐 아니라 대형 개발사업이 집중된 지역으로도 꼽힙니다. 서울아레나는 서울시가 도봉구 창동 일대에 조성 중인 국내 최초의 대형 K팝 전문 공연장입니다. 창동·상계 신경제중심지 조성 사업의 핵심 프로젝트로 문화 인프라를 통해 서울 동북권 발전을 이끌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습니다.

여기에 창동차량기지 이전 부지 개발과 서울 디지털바이오시티(S-DBC) 사업도 추진 중입니다. GTX-C와 개발사업이 결합하면서 단순한 교통 호재를 넘어 지역 전체의 체질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창동의 경쟁력은 단순히 'GTX 역세권'에 그치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창동역 인근 A 공인 중개 대표는 "GTX가 들어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승센터가 들어오고 서울아레나까지 완성되면 유동인구 자체가 지금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날 것"이라며 "예전엔 창동이 노원 가는 길목 정도였다면 앞으로는 동북권 중심지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집값도 반응…창동주공 신고가
교통과 개발 기대감은 집값에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창동 대표 단지 가운데 하나인 '창동주공3단지(해등마을)' 전용면적 58㎡는 지난달 7억6000만원에 손바뀜했습니다. 이 단지는 GTX-C와 창동역 복합환승센터 기대감이 가장 먼저 반영된 단지입니다. 2019~2020년 5억원대 초중반에 거래됐던 이 면적대는 2022년 8억원대까지 치솟았다가 2023년 6억원대로 조정받았지만 최근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창동역 도보권에 있는 구축 단지들도 거래 문의가 꾸준한 편입니다. 같은 동 '동아청솔' 전용 84㎡는 지난달 11억5000만원에 거래됐고, ‘창동2차현대’ 전용 84㎡도 지난 15일 8억8800만원에 새주인을 찾으면서 9억원에 바짝 다가갔습니다.
창동역 인근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거래가 확실히 늘어나면서 가격도 단기간에 바짝 올랐다"며 "현재는 매물도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너무 오른 가격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전문가도 창동의 미래를 밝게 보는 편입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창동은 단순한 가성비 주거지가 아니라 향후 수도권 동북부 거점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며 "GTX와 복합환승센터, 주거·업무 복합개발이 함께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보면 청량리가 동북권 광역 거점이라면 창동은 배후 주거 거점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시장은 상승장의 초입 단계로 판단된다"며 "창동은 생각보다 매물이 많지 않은 지역이다. 시간이 지나고 개발사업이 구체화하면 가격 상승 여력은 충분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다른 GTX 역세권 대비 집값이 부진한 이유에 대해 한 전문가는 "창동은 거주 인구의 고령화 비율이 높은 지역"이라면서 "재건축 사업이 다른 지역보다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투자금 부담을 낮추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기대감이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GTX-C 사업은 아직 개통까지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금리와 대출 규제, 경기 상황 등 외부 변수도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일부 GTX 예정 지역은 기대감으로 급등한 이후 조정을 겪기도 했습니다. 결국 역세권 여부가 향후 가격 차이를 결정할 전망입니다.
또 다른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GTX 사업 초기에는 주변 지역 전체가 주목받지만 사업이 구체화할수록 실제 수혜 범위가 좁아진다"며 "창동에서도 창동역 접근성이 좋은 단지와 그렇지 않은 단지 간 가격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