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이맘때 증시의 주목을 받던 장마 관련주가 올해는 이례적인 '지각 장마' 여파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통상 이 시기에는 습도 조절 수요를 겨냥한 제습기 등 가전업체와 장마 후 병충해 방지를 위한 비료·농약 업체, 침수 복구와 쓰레기 처리를 담당하는 폐기물 처리업체 등에 수혜 기대감이 형성된다. 하지만 올해는 장마가 늦어지면서 관련 업종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가라앉고 있는 분위기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습기 등을 생산하는 가전업체 위닉스와 파세코는 최근 한 달간 주가가 각각 23% 안팎 하락했다. 예년보다 맑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제습기 판매가 기대만큼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비료·농약주와 폐기물 처리주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비료 제조업체 조비는 최근 한 달 새 주가가 19% 가까이 하락했고, 남해화학도 같은 기간 약 26% 밀렸다. 경농과 동방아그로 등 농약 업체들도 일제히 약세를 면치 못했다. 폐기물 처리업체 인선이엔티 역시 최근 한 달 새 약 24% 하락했고, 폐기물 등 환경시설 관리 사업을 영위 중인 KG에코솔루션도 약 20% 수준의 낙폭을 기록했다.
이처럼 장마 관련 테마주가 부진한 배경 중 하나로는 늦어진 장마가 꼽힌다. 기상청은 올해 장마가 이번 달을 넘겨 다음 달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장마가 7월에 시작된 사례는 기상 관측 이래 1982년과 2021년 단 두 차례뿐이다.
이와 함께 최근 국내 증시에서 대형 반도체주로만 자금이 몰리는 '쏠림 장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를 제외한 중소형주와 코스닥 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이어지면서, 장마 지연으로 기대감이 낮아진 관련주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낙폭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한편 국지성 호우와 폭염 등 기상이변이 일상화되면서 기존의 '계절 테마주' 공식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후 예측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과거처럼 계절성 이벤트에 투자하던 자금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폭염 수혜주로 꼽히는 빙과·음료 업종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롯데칠성과 빙그레는 각각 14%, 13% 하락했다.
김세은 인턴기자 seni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