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MW가 '노이어 클라쎄(Neue Klasse)'를 처음 적용한 양산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더 뉴 BMW iX3'를 선보였다. 노이어 클라쎄는 '새로운 클래스'를 뜻하는 독일어로, 단순히 전동화 플랫폼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BMW의 설계 철학과 디지털 기술을 새롭게 정의한 프로젝트다. 과거 브랜드의 전환점을 만들었던 이름을 다시 전면에 내세운 만큼 BMW가 거는 기대도 큰 모델이다.
지난 18일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더 뉴 BMW iX3를 시승했다. 트랙과 영종도 일반 도로를 함께 달리는 코스였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iX3의 존재감을 강조한 전면부 키드니 그릴이다. 과거 노이어 클라쎄의 수직 배열 라디에이터 그릴을 오마주한 디자인으로, 사선으로 배치한 주간주행등과 더블 헤드라이트가 어우러져 정면 인상을 한층 또렷하게 만들었다.측면은 불필요한 선을 덜어내 입체감을 강조했다. 운전자가 다가갈 때만 모습을 드러내는 매립형 도어 핸들, 창문 몰딩을 없애 유리와 차체를 하나의 면처럼 연결한 디자인, 클래딩 없이 선으로만 마무리한 휠 아치가 특징이다.

후면은 BMW 로고를 중심으로 루프 스포일러에서 테일게이트까지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이 시선을 끈다. 좌우로 길게 뻗은 리어램프는 차체가 더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준다.
차체 크기는 전장 4782㎜, 전폭 1895㎜, 전고 1635㎜이며 휠베이스는 2897㎜다.

운전석에 앉으면 '사라진 계기판'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그 자리는 앞 유리 하단부터 운전석과 조수석 도어 트림까지 이어지는 '파노라믹 비전'이 대신한다. 처음에는 다소 낯설었지만 몇 분 지나자 금세 적응됐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지 않아도 내비게이션과 주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고, 전방을 주시한 채 필요한 정보를 파악하기도 편했다. 동승자 역시 같은 화면으로 주행 정보를 함께 볼 수 있다.

중앙 디스플레이는 운전석 방향으로 17.5도 기울어져 있다. 직접 조작해보니 손이 닿는 범위가 넓어져 터치 조작이 한결 수월했다.
시승은 드라이빙센터를 벗어나 영종도 일대 도로 주행으로 시작했다. 가속 페달을 밟자 차량은 지체 없이 속도를 올렸고, 앞차와 거리가 가까워져 발을 떼는 순간에는 회생 제동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가속과 감속이 오가는 과정에서 전기차 특유의 이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신호가 바뀌어 다시 속도를 높이는 상황에서도 가·감속 전환이 매끄럽게 이어졌다.
BMW는 일상적인 제동의 약 98%를 마찰 브레이크 대신 회생 제동으로 처리하고, 차량이 완전히 멈추는 순간의 충격을 줄이는 '소프트 스톱' 기능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주행 보조 시스템도 실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일반적인 주행보조 시스템은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기능이 해제되는 경우가 많지만, iX3는 브레이크를 가볍게 조작해도 시스템이 유지됐다.
BMW 관계자는 "차량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경로를 예측한 뒤 검증된 알고리즘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운전자가 단순히 속도를 조절하는 상황과 정차하려는 상황을 구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트랙 주행에서는 BMW가 처음 적용한 통합 주행 제어 시스템 '하트 오브 조이'(Heart of Joy)를 체험했다. BMW는 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첫 번째 체험은 통합 주행 제어의 차체 안정성을 확인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차량 지붕 위에 워셔액 450mL를 담은 컵을 올려둔 채 출발해 장애물을 통과한 뒤 돌아오는 코스로 진행됐다. 약 시속 40㎞로 주행 중 급격한 방향 전환을 반복했다. 컵 속 워셔액은 출발 초반 약간 흘러 넘쳤지만 이후 추가로 흐르진 않았다.

두 번째는 제동 제어의 '정밀도'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뒷좌석에서 눈을 가리고 귀를 막은 채 차량이 완전히 멈췄다고 판단되는 순간 손을 드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얼핏 쉬워 보였지만 현장 참가자 대부분은 정확한 정차 시점을 맞히지 못했다. 차량이 울컥하면서 정차하는 느낌이 들었고 완전히 정지한 것처럼 느껴졌을 때 손을 들었지만, 실제보다 0.5초가량 빨랐다. BMW는 두 프로그램 모두 하트 오브 조이와 다이내믹 퍼포먼스 컨트롤 소프트웨어의 통합 제어 성능을 체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승 현장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은 팝업식 도어 핸들의 안전성이었다. BMW에 따르면 이 핸들은 평소에는 차체 밖으로 돌출된 상태가 기본값이다. 외부 충격이 감지되면 기본 위치로 자동 복귀하고, 강력한 전기모터를 적용해 두껍게 얼음이 얼어도 정상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신형 iX3는 6세대 BMW eDrive 시스템과 원통형 셀 기반 고전압 배터리, 800V 충전 시스템이 적용됐다. BMW는 지난해 단 한 번의 충전으로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에서 독일 뮌헨 BMW 벨트까지 1007.7㎞를 주행했다고 귀띔했다.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최대 611㎞다. 800V 충전 시스템을 적용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약 21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배터리 셀은 중국 EVE에너지가 공급하고 BMW가 이를 기반으로 배터리 팩을 직접 생산한다.

국내에는 50 xDrive 단일 파워트레인으로 먼저 출시됐다. 가격은 SE 7990만원, M 스포츠 8690만~8710만원, M 스포츠 프로 9190만원이다.

BMW가 노이어 클라쎄를 통해 보여주려는 변화는 디자인보다 주행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파노라믹 비전과 통합 주행 제어 시스템은 이전 세대보다 한층 자연스럽고 직관적인 운전 경험을 제공했다. 회생제동과 가감속의 완성도도 인상적이었다. 세로형 키드니 그릴은 여전히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운전대를 잡는 순간 이전 BMW 전기차와는 다른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은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인천=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