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지 않는 것을 팔기①>편에 이어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한다면 미친 짓이다.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한 번도 갖지 못한 것을 가지려면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것을 해야 한다. 그저 그런 결과에는 그저 그런 과정이 있다. 이번 호는 다른 행동을 시도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비즈니스를 살펴본다. 바로 물리적인 실물 없이 하는 비즈니스다.
앞서 1편에서는 실물 없이 할 수 있는 테스트와 홍보에 대해 설명했다. 다음으로는 사업 내용이다.
3. 실물 없이 할 수 있는 배터리 사업
중국의 스타트업 니오는 배터리 교환 서비스 BaaS(Battery as a Service)를 도입했다. 소비자가 배터리를 소유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교체하는 모델이다. 소비자의 배터리차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추고 수시로 배터리 교환소를 이용하게 함으로써 전기차 충전 시간을 줄인다.리오토는 증강형 전기차 방식을 택했다. 배터리가 부족하면 전기 차 안의 작은 엔진이 발전기처럼 스스로 전기를 만든다. 그렇다. 스스로 충전하는 전기차다. 소비자들은 ‘장거리 주행이 안전하게 가능한가’, ‘중간에 갑자기 전기가 다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장거리인데 중간에 충전소가 없으면 어떻게 하지’ 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충전소가 근처에 없을 불상사에 대한 우려, 전기 공급에 문제 생길 가능성이 최소화된다.
모빌리티 경쟁 초점이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눈에 안 보이는 소프트웨어로 이동하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되니 차량 출시 후에도 지속적인 기능 개선, 사용자 피드백 대응이 가능해졌고 이것이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핵심이 되었다. 중국은 이에 발맞춰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고 몇 달 단위로 신모델을 발표하고 기능을 개선한다. 그 개선을 ‘실물 없이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개선을 ‘실물 없이 할 수 있는 서비스’가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4. 실물 없이 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
미국의 구독형 의류 렌털 서비스 ‘눌리’의 성장이 주목받고 있다. 2025년 눌리 매출이 53% 증가했다. 한 달에 약 100달러를 내고 다양한 옷을 입을 수 있으니 실용성이 높아 소비자들이 모인다. 업체의 이득은 무엇일까. 렌털 시장에서 성장하면서 확보한 데이터로 소비자의 주요 니즈, 주로 팔리는 사이즈, 인기 패턴, 인기 소재, 인기 디자인, 의류 소비 트렌드 정보를 얻어 다른 의류 사업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의미 있다. 양질의 빅데이터를 수집한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이는 새 옷이라는 실물 없이도 가능한 비즈니스이고 새 옷 제작비를 줄인다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최근 트렌드에 발맞춘 서비스다.
신발 렌털 서비스도 있다. ‘온’은 러닝화와 구독 경제를 접목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 달에 30달러를 내면 6개월마다 다른 신발로 교환할 수 있다. 헌 신발은 회수되어 100% 재활용 소재로 다시 제작된다. 역시 요즘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과 순환 소비 홍보 효과도 놓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AI서비스 구독 모델도 살펴보자. 요즘 AI 기능이 무료로 많이 배포되어 있지만 그중에서도 실시간 통역, 전문적인 이미지 생성 편집, 특정 전문 분야 고급 자문은 유료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다. 이 분야도 새 먹거리다.
또 AI 연산이 앞으로 속도와 보안을 위해 스마트폰 자체에 탑재되어 일을 하는 에지 컴퓨팅 기술이 강화될 것이다. AI 연산이 클라우드를 통하지 않으므로 연산 속도나 응답 속도도 더 빠르고 안전하다. AI 그 자체가 고가 모델이 되어 이 기능이 가능한 스마트폰이라면 그것이 스마트폰의 중요 스펙이 된다. 스마트폰의 데이터 처리 능력이 차별화 포인트가 된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스마트폰만 파는 것이 아니라 그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는 특정 고급 AI 서비스만 따로 구독료를 받고 팔 수도 있다. ‘서비스로 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면 주목해야 할 먹거리다.
일본의 ‘분키츠 도쿄’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서점이다. 약 2만 원을 내면 서점 내 모든 책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책을 볼 방법은 많다. 온라인으로 클릭 몇 번이면 책을 살 수도 있고,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할 수도 있고, 가까운 오프라인 서점에서 바로 책을 사면 되는데도 이곳에 고객들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서점만의 고유한 큐레이팅을 통한 추천도서 때문이다. 이 서점은 일반적인 베스트셀러나 책 장르 분류에 따른 책을 구비해 두지 않는다. 그래서 고객들은 이 서점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하고 우연한 책’을 경험한다. 이 서점의 큐레이팅 취향 그 자체를 산다고 봐야겠다. 나와 다른 취향을 공부하고 관찰하고 경험해보고자 하는 고객들이 이제는 분명히 수요가 있다.
추가 유료 서비스로 이 서점 직원이 나의 취향, 책 읽는 목적, 평소 좋아하는 주제, 최근 재미있게 본 영화, 최근 힘들었던 순간, 최근 관심사 같은 내 이야기를 듣고 알맞은 책을 골라주기도 한다. ‘큐레이션’이라는 무형의 서비스가 사실상 핵심 상품이다.
일본의 한 밥솥 가전회사는 식당을 운영한다. 식당에서는 이 회사 밥솥으로 지은 다양한 밥을 고객이 체험하게 한다. 밥솥으로 밥 짓는 방식에 따라 밥맛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달라진다는 것을 고객이 인식하게 해준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고객이 ‘아, 밥솥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밥솥이 이런 경험을 차별화해주는구나. 제대로 된 밥솥이 있으면 이런 재미가 있겠구나. 밥만 지어주는 기능이 있다고 다가 아니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밥 짓는 방식의 차이가 이런 가치를 만들며 그것을 이 밥솥이 가장 잘, 재미있게 해준다고 홍보한다.
취향의 새로운 발전, 밥솥이라는 제품을 새 관점에서 보게 해주는 발전을 고객에게 팔고 있다. 밥솥이 이러이러한 기능이 있다고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이 밥솥이 고객에 줄 수 있는 가치, 경험’이 무엇인지 알게 하는 홍보 방식을 쓴다는 점을 눈여겨보자.
5. 실물 없이 회원 가입비로
코스트코는 회원 가입비로 수익을 낸다. 코스트코 회원이 늘면 늘수록 코스트코의 판매 규모가 커지고 코스트코 제품의 가격을 낮출 수 있다. 더 많은 회원이 몰려온다는 뜻이다. 저가 고집은 회원 충성도를 높이고 사업모델을 유지시킨다. 코스트코는 제품보다 연회비에서 수익이 나므로 더 많은 회원을 확보하고 계속 갱신하도록 하는 비즈니스 구조다.이 구조를 유지하려면 코스트코는 운영비를 줄이고 좋은 품질의 제품을 낮은 가격에 제공하기 위해 매장 인테리어를 단순하게 유지한다. 최대한 소비자가를 낮게 유지하는 데만 집중한다.
특정 물건을 살 때 코스트코 회원이면 캐시백을 해주거나 할인율을 높여 주는 혜택을 누리려면 고객들은 회원 가입을 하고 더 상위 등급 회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상위 등급 회원은 배송비를 무료로 해주거나 할인을 더 해준다. 혜택이 확실하므로 소비자들은 회원 가입을 할 이유가 생긴다. 그럼 코스트코가 얻는 것은 더 높은 회원 가입비, 유지비다. 이런 식으로 실물 없이 자사의 회원 가입비로도 비즈니스가 된다.
멤버십으로 매출을 내고 있는 것은 아마존도 마찬가지다. 미국 아마존 고객의 60% 이상이 아마존 프라임 멤버로 알려져 있다. 아마존 신규 멤버 한 명을 추가하면 연간 매출이 자동으로 수백 달러 늘어나는 비즈니스 구조다. 아마존이 멤버십을 통한 보이지 않는 사업을 하는 이유다. 아마존은 실질적으로 비즈니스 수익을 내기 위해 제품군을 더 늘리거나 제품을 하나 더 파는 데 집중하기보다 이 멤버십 구조, 전자상거래 구조를 공고히 하는 데 집중한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한다면 미친 짓이다. 서비스 비즈니스로 다른 결과를 만들어보자.
정순인 ‘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 저자·IT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