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반도체클러스터 지정과 입주기업 지원 과정에서 비수도권을 우대하는 한편, 용인 등 수도권 메가클러스터의 전력망 병목을 풀 수 있는 지원 근거를 반도체특별법 시행령 최종안에 담았다. 비수도권에는 클러스터 지정과 정주 여건 개선 지원을, 수도권에는 송전망 지중화와 인허가 신속 처리 수단을 각각 마련했다. 반도체 공장뿐 아니라 전력과 용수, 도로, 생활 인프라까지 함께 지원해 전국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25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최종안에 따르면 제17조 7항은 산업통상부 장관이 반도체클러스터를 지정할 때 비수도권을 우대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제22조 1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클러스터 입주 기업과 기관에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할 때 국토 균형 발전과 지역 간 산업 격차 해소 기여도를 고려해 수도권 외 지역을 우대하도록 했다.
비수도권 우대는 생활 인프라 지원까지 포함한다. 제26조 1호는 수도권 외 지역에 조성된 반도체클러스터 내 근로, 주거, 교육, 의료, 문화시설 등 정주 여건 개선 지원을 중소기업 등의 혁신발전 지원 항목에 넣었다. 지방에 반도체 기업을 유치해도 인력과 생활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클러스터가 제대로 굴러가기 어렵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클러스터 지정 대상도 넓어졌다. 시행령 제2조는 경제자유구역과 소재부품장비 특화 단지, 연구개발특구, 기회발전특구 외에 산업부 장관이 반도체 산업 집적화가 가능하다고 인정해 고시하는 지역도 지정 대상에 포함했다. 산업계와 정치권에서는 광주와 전남 등 비수도권 반도체 벨트 추진에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반시설 국비 지원도 구체화됐다. 제20조 1항은 반도체클러스터 산업기반시설에 전력공급시설, 용수공급시설, 폐수와 폐기물 처리시설, 도로시설 등을 포함했다. 같은 조 2항은 이들 기반시설 조성과 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총사업비의 50% 이상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전액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국토 균형 발전과 지역 간 산업 격차 해소에 기여하는 산업기반시설도 가산 지원 사유에 들어갔다.
이 조항은 비수도권 클러스터 조성뿐 아니라 용인 등 수도권 메가클러스터의 전력망 병목 해소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평가다. 제20조 1항 1호는 전력공급시설에 '전력 공급 지중화 포함'을 명시했다. 지중화는 송전선로를 철탑으로 공중에 띄우는 대신 땅에 묻는 방식이다. 주민 반발과 경관 훼손 논란은 줄일 수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기업 부담이 컸다.
용인과 평택처럼 반도체 공장 주변에 주거지와 개발지가 맞물린 지역에서는 송전탑 설치를 둘러싼 주민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한전이 고비용 지중화를 적극적으로 떠안을 여력도 크지 않다. 공중 송전으로도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논리가 있는 데다 대규모 적자 이후 송전망 투자 재원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시행령에 지중화가 명시되고 비용 지원 근거도 생기면서 용인 클러스터 전력망 구축 비용을 정부 재정으로 일부 덜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인허가 속도전 장치도 담겼다. 시행령은 입주계약을 체결한 기업뿐 아니라 클러스터 내 부지 매매계약이나 임대차계약을 맺은 기업, 국가나 지자체와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확정한 기업까지 행정지원 대상으로 포함했다. 국가와 지자체는 산업기반시설 설치를 위해 관련 인허가 절차를 다른 사업보다 우선해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시행령은 용인처럼 당장 전력망 병목을 풀어야 하는 수도권 클러스터와 새로 띄워야 하는 비수도권 클러스터를 함께 염두에 둔 설계로 보인다”며 “비수도권에는 지정과 지원 우대를 주고 용인에는 송전망과 지중화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비 지원 규모와 적용 대상은 후속 고시와 예산 편성 과정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시행령은 기반시설 지원 원칙과 가산 사유를 규정했지만 구체적인 지원 비율과 세부 기준은 산업부 장관 고시에 맡겼다.
하지은/김채연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