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KG그룹(옛 태광실업)이 벤처캐피털 IMM인베스트먼트와 손잡고 코스닥 상장 신약 벤처기업 에이프릴바이오의 경영권을 인수한다.
24일 투자은행(IB) 및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TKG그룹·IMM 컨소시엄은 에이프릴바이오에 약 3500억원을 투자한다. 에이프릴바이오가 발행하는 신주와 전환우선주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인수한다. TKG그룹 계열사 가운데 정밀화학제품을 생산하는 TKG휴켐스가 이번 증자에 참여한다. 컨소시엄은 최대주주와도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최대주주는 지분 18.96%를 보유한 창업자 차상훈 대표다. 거래를 완료하면 컨소시엄은 에이프릴바이오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장기 지속형 약물 개발 플랫폼 ‘SAFA’를 기반으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2021년 덴마크 제약사 룬드벡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을 최대 5413억원에 기술이전했다. 2024년에는 미국 바이오기업 에보뮨에 다른 후보물질을 최대 6559억원에 이전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고(故) 박연차 회장이 세운 TKG그룹은 글로벌 신발 제조업체 TKG태광과 화학 계열사 TKG휴켐스 외에 건자재(TKG애강), 소재(TKG에코머티리얼)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TKG태광은 나이키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에 운동화를 공급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제조업자개발생산 기업으로 성장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TKG휴켐스는 작년 매출 1조1276억원에 영업이익 656억원을 올렸다.
대기업그룹, 바이오 M&A 본격화하나
성장동력 노린 사업재편 속도…바이오기업은 R&D 활성화 기대
에이프릴바이오 인수로 TKG그룹은 신발 제조 중심이던 기존 사업 영역을 반도체·첨단소재에 이어 바이오까지 넓히게 됐다. TKG그룹은 박주환 회장 취임 이후 인수·합병(M&A)을 활용한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성장동력 노린 사업재편 속도…바이오기업은 R&D 활성화 기대

TKG그룹은 2024년 첨단 전자소재기업 제이엘켐 지분 50%를 603억원에, 소방용 기계·기구 제조사 우당기술산업 지분 100%를 550억원에 인수했다. 이전에는 송원산업과 쌍용머티리얼, 고려노벨화약 인수전에도 참여했다. 부친인 고 박연차 회장 시절부터 보수적인 경영으로 안정적인 재무 여력을 갖춘 덕분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앞으로 TKG그룹처럼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 바이오기업 인수에 나서는 대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오리온은 2024년 항체약물접합체(ADC) 전문기업 리가켐바이오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창업자 지분 인수를 결합해 거래를 진행했다. 당시 인수 배경에 대해 “장기적인 그룹 성장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이라고 밝혔다.
바이오기업 관점에서는 신규 자금을 유치함으로써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에이프릴바이오는 IMM과 TKG휴켐스를 대상으로 총 3468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IMM 측은 보통주와 무의결권부 전환우선주 등을 인수하고, TKG휴켐스는 1500억원 규모의 의결권부 전환우선주를 인수한다.
에이프릴바이오는 다중표적 플랫폼 ‘REMAP’을 기반으로 ADC도 개발하고 있다. 여러 암 관련 단백질을 동시에 겨냥해 효능과 안전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TKG그룹은 에이프릴바이오를 바이오사업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다”며 “에이프릴바이오도 신규 자금을 바탕으로 후속 후보물질 연구와 임상 개발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