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 투자 결정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면서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기조에 부응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지난 19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이어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나는 것도 두 기업의 호남 반도체클러스터 투자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건설이 인허가 지연에다 전력망 및 용수 확보 문제로 차질을 빚은 마당에 새로 전남광주시에 반도체 생산기지 구축을 추진하는 것은 큰 도전일 수밖에 없다.
반도체 기업의 선제 투자 결정은 불가피하다. 시장 수요에 앞서 기술 개발에 나서고 큰 위험을 안고서라도 남보다 먼저 대규모 시설 투자를 해야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는 게 산업 특성인 까닭이다. 지금 수도권은 신규 투자를 위한 용지 마련부터 전력망과 용수 확보에 이르기까지 많은 제약이 따르는 게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기업으로선 투자 여건이 좋다면 호남이든 충청이든 지방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
청와대는 지난 1월 “기업 이전은 기업이 판단할 몫”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공장 이전을 요구하는 정치권 목소리가 커지자 분명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기업 투자 결정은 어떤 경우라도 경제 논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기업의 상업적 합리성 판단에 따라 투자 결정의 시작과 끝이 정해지는 게 당연하다.
호남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팹)과 충청권 낸드플래시 라인 확장을 포함하면 전체 투자 규모가 300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중요한 투자다. 전력과 용수 공급은 물론 인력 확보, 협력사 공급망까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