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대표직을 내려놨다. 사실상 연임 도전을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그는 사퇴의 변으로 “이재명 대통령과 저는 정치적 운명공동체이자 한 몸”이라고 밝힌 직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찾았다.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의원 등이 잇달아 당권 경쟁에 나선 가운데 8·17 전당대회가 ‘친청(친정청래)·친문(친문재인)’ 대 ‘비당권파 친명(친이재명)’의 대결 구도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정청래, 사실상 연임 도전
정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과 당원의 절절한 바람을 잘 알고 있고 개혁은 멈추면 쓰러진다”며 “저는 오늘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말했다.당권 재도전에 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지만 정치권에선 정 대표가 연임 도전을 사실상 공식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친청계 의원들은 SNS에 ‘정청래 당대표 사퇴, 또 다른 시작을 위하여’(이성윤 최고위원) 등 정 대표 출마를 예상하는 발언을 남겼다. 최고위원회의에선 김 총리 측근인 강득구 최고위원이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라는 한 배에 선장이 둘일 수는 없다”며 정 대표를 직격하자 친청계 문정복 최고위원이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민국호의 선장이고 민주당호 선장은 정 대표”라고 맞받는 일도 벌어졌다.
정 대표의 첫 공식 행보는 문 전 대통령과의 만남이었다. 그는 오후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에 참석한 문 전 대통령을 찾아 10분 남짓 대화를 나눴다. 정 대표는 “오랜만에 따뜻하게 손 잡아주셔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퇴와 관련해선 “별 얘기 없으셨다”고 선을 그었지만, 독자 세력이 적은 것으로 평가받는 정 대표가 이재명 정부에서 숨죽이고 있는 친문계를 향해 구애 손길을 내밀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 대표는 지난해 8월 보궐선거로 치러진 당대표 선거에서 박찬대 후보를 꺾고 당 사령탑에 올랐다. 여당 관계자는 “1인1표로 환경도 유리해졌고, 새 당대표는 2028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는 만큼 정 대표 연임 도전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반청 연대’ 단일화 촉각
전당대회 판세는 만만찮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총리와 송 의원이 친명계 지지를 얻어 이른바 ‘반청 연대’를 구축할 경우 최근 “정권은 짧다” 등의 발언으로 청와대와 대립각을 연출한 정 대표가 표심을 잃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SNS를 통해 강성 당원에게 소구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 대표는 6·3 지방선거 이후 네 차례 검찰개혁을 언급했다. 전날 남긴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시간 끌 이유 없다. 지금 당장.’ 게시글은 ‘좋아요’ 수가 4000개를 넘겼다.변수는 경쟁 후보군의 움직임이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송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3자 구도에서 또 결선 투표에서 결국 김 총리와 단일화하는 방안을 얘기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송 의원은 지난 18일 이 대통령과 관저 만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호남 민심은 김 총리가 압도적”이라며 “정 대표는 득표를 위해 보완수사권을 이슈화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를 향한 공개 불출마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이기헌 민주당 의원은 이날 SNS에 “정 대표께 간곡히 청한다”며 “억울하겠지만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이 대통령과 당을 구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썼다.
이시은/최해련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