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습니다.”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 “개인적으로 반성하고 후회를 많이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원장의 자성 섞인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허용해놓고 이제 와서 남 얘기하듯 말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23일 코스피지수가 큰 낙폭을 기록한 이유를 이 원장에게서 찾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미국 등 금융 선진국에도 상장된 상품이다. 전례 없는 ‘기형상품’이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논의 과정에서 금감원뿐 아니라 금융위원회 역시 개인투자자의 손실 위험 등을 이유로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도입 당시 해외 주식의 투자 쏠림으로 인한 달러 환전 수요를 국내 증시로 일부 돌려 원·달러 환율 부담을 낮추겠다는 정책적 명분이 있었다.
오히려 이 원장은 코스피 강세에 모두가 들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정부 내에서 유일하게 공개적으로 경고음을 내는 인물이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올해 3월 기자간담회에서도 신용융자와 증권담보대출, 레버리지 투자 위험을 언급하며 ‘빚투’(빚내서 투자)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20~30대 개인투자자가 반대매매 등 손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증시가 오를 때는 위험 신호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환영받기 어렵다. 투자자는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증권사는 거래대금 증가를 반긴다. 특히 대통령이 코스피 상승을 정책 성과로 내세우는 분위기 속에서 정부 관계자가 시장 위험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지금 같은 강세장에서는 과열을 경고하는 것 자체가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며 “이 원장은 투자자가 반드시 들어야 할 말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증시는 상승세 못지않게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일부 대형주에 거래가 쏠리고, 신용융자 확대에 따른 빚투 우려가 상당하다. 레버리지 상품 거래 역시 급증하는 모습이다. 주가가 오를 때 레버리지는 수익률을 높이는 수단처럼 보이지만 방향이 바뀌면 손실은 빠른 속도로 불어난다. 뒤늦게 뛰어든 개인투자자일수록 충격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의 역할은 시장 분위기에 맞춰 박수를 치는 데 있지 않다. 때로는 상승장의 한복판에서 불편한 말을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원장의 경고를 책임 회피나 증시 악재라고만 몰고 가는 것은 지나치다. 시장이 빠르게 달릴수록 누군가는 브레이크 위치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