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촌 극장가에서 20·30 감독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스무 살짜리 감독 케인 파슨스가 선보인 ‘백룸’이 글로벌 박스오피스에서 흥행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국내 극장가에서도 20~30대 신예 감독들이 연출한 영화가 호평받고 있다.
영화 ‘백룸’은 대중문화 시장에서 하위 장르로 여겨지던 유튜브 밈이 주류 장르인 스크린을 역으로 장악한 사례다. 24일 북미 영화집계 플랫폼 박스오피스모조 등에 따르면 ‘백룸’은 지난달 개봉해 2억 달러가 넘는 글로벌 티켓 매출을 올렸다. 1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스무 배가 넘는 수익을 거두며 할리우드 인디 영화 명가인 A24의 역대 최고 흥행작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극장가에서도 외화 호러 스릴러로는 조던 필 감독의 ‘어스’ 이후 7년 만에 100만 명(누적 110만 명)을 돌파했다.
‘백룸’은 미국 등 서양권에서 유명한 도시전설에서 출발한 영화다. 탈출 불가능한 노란 벽지의 공간에 갇혀 미지의 괴물에게 쫓긴다는 설정으로, 2019년부터 이미지와 짧은 영상 등으로 인터넷에 떠돌다가 2022년 16세 학생이던 케인 파슨스가 자신의 채널 ‘케인 픽셀스’에 관련 영상 콘텐츠를 창작해 시리즈로 올리며 유튜브를 대표하는 공포 밈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공포 영화 ‘옵세션’ 역시 20대 유튜버이자 코미디언 출신인 커리 바커가 메가폰을 잡은 첫 장편 연출작으로 눈길을 끈다. 약 75만 달러의 초저예산 영화로, 지난달 극장 개봉한 이후 전 세계에서 2억 달러가 넘는 티켓 매출을 챙겼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했을 정도로 시장에 눈도장을 찍었다.

영화학교를 졸업해 조연출 등 경험을 쌓다가 40대 들어 인정받는 공식을 깨는 흐름은 국내 극장가에서도 관찰된다. 공포영화 ‘살목지’를 선보인 이상민 감독이 대표적이다. 제작비 30억원에 손익분기점 80만 명짜리 중소형 영화지만, 지난 4월 개봉해 32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왕과 사는 남자’와 함께 상반기 극장 관람 수요 회복을 견인했다.
1995년생인 이 감독은 전문 연출 훈련을 받지 않은 파슨스, 바커와 달리 영화를 전공하긴 했지만, 국내 상업영화 데뷔 루트인 충무로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관성을 벗어난 신세대 감독으로 눈길을 끈다. 드라마 보조작가 등으로 활동하며 꾸준히 자신의 시나리오를 쓰고, 이를 문화재단·영화제 공모전 등에 피칭하며 기회를 얻었다.
이상민 감독은 “첫 장편이라 관객 기대치가 낮을 거라 생각했고, 그게 오히려 과감한 연출의 동력이 됐다”며 “시장에서 말하는 안전한 기획보다는 그저 관객들이 재밌어할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