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 24일 10:1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상장사가 평균 20년에 한 번꼴로 받던 금융당국의 회계 심사·감리 주기가 코스닥 시장은 5년, 유가증권시장은 10년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고의적이고 중대한 회계부정이 적발된 기업에 대해서는 증시에서 곧바로 퇴출하는 신속 상장폐지 제도 도입도 추진된다.
금융감독원과 한국회계학회는 24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강당에서 ‘회계 심사·감리제도 개선방향에 관한 연구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감리체계 실효성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세미나는 현행 회계 감리 주기가 지나치게 길어 분식회계 등을 사전에 잡아내는 예방적 기능이 작동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마련됐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환영사에서 “반복되는 회계부정 사건이 시장 신뢰를 훼손하는 구조적 위협이 되고 있다”며 “회계부정을 조기에 식별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예방적 감독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 개선의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강제 조사 수단 확충 등을 위한 국회의 입법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국회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심사·감리 주기의 획기적 단축은 투자자 보호와 기업의 예측 가능한 성장 환경을 함께 강화할 것이며, 이를 위한 입법 지원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심사·감리 주기가 비정상적으로 길어 회계부정 적발의 적시성과 시장 억제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소개됐다. 국내 상장사의 평균 감리 주기는 약 20년에 달한다. 사실상 상장 이후 한 번도 감리를 받지 않는 기업이 수두룩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감리 주기를 유가증권시장은 10년, 코스닥 시장은 5년으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감리 주기를 단축하기 위해 현재 2개인 금감원 내 감리 전담 부서를 4개로 늘리고,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기업별 위험도를 다층 구분해 심사 주기를 차등화하는 방안도 나왔다.
자료 수집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도 강화한다. 기초적인 회계 심사 단계에서는 현행 임의조사 방식을 유지하되, 정식 감리에 착수할 경우 강제 조사 수단을 일부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감리 결과 고의·중대 분식이 드러난 기업은 한국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등과 연계해 신속하게 상장폐지되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 전문가들은 감리 주기 단축과 전문 인력 확충 필요성에는 전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토론자들은 자칫 급격한 주기 단축이 기업들에게 과도한 수감 부담이나 경영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AI 위험 기반 차등 심사 등 정교한 설계와 함께 단계적인 실행 로드맵을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금감원은 이번 세미나에서 제시된 연구 결과와 학계·기업계·회계업계의 의견을 바탕으로 회계 심사·감리 주기 단축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마련할 계획이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