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지수가 4거래일 만에 다시 8000대로 추락했다.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단기 과열된 지수는 MSCI선진국지수 편입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소식과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리밸런싱(재조정) 부담 등이 겹쳐 유례없는 수준의 폭락장을 연출했다. 국내 증시 대장주 교체로 고점론이 고개를 든 가운데 정치권에서 제기된 ‘미실현 이익 과세론’ 등도 악재로 작용했다.
◇‘역대급 패닉셀’ 부른 4대 악재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9.99% 급락한 8203.84에 마감했다. 전날 9100을 뚫으며 사상 최고치에 도달한 지수는 이날 증시 역사상 최대 낙폭(910.71포인트)을 기록했다. 개장 이후 0.6% 넘게 상승세를 보인 지수는 이내 하락세로 돌아섰다.
티머시 모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 수석주식전략가가 최근 한국의 MSCI지수 편입이 불발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 등 부정적 소식이 전해지자 외국인 매도세가 거세졌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조86억원, 5조7091억원어치 물량을 팔았다. 개인이 사상 최대인 11조5111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하락을 방어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코스닥시장에선 이날 오전 11시37분, 유가증권시장에선 오전 11시40분에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 매도 호가 일시 효력정지)가 발동됐다. 올해 들어 각각 5회, 13회 발동됐다. 오후 2시33분께 코스피지수가 8% 넘게 떨어지자 서킷브레이커(20분간 매매 중단)가 발동됐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50위 종목 가운데 신한지주(0.21%)를 제외하고 전부 하락했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이날 89.41까지 뛰어 다시 90선에 근접했다.
다음달 국민연금의 리밸런싱을 앞두고 주식 과세 부담 우려가 나온 점도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이날 ‘자산소득 과세 공백과 소득세 포괄주의 전환 모색’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부동산·주식 등 투자에 따른 미실현 이익도 소득으로 간주해 포괄적으로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낮추기 위해 최대 60조원어치 주식을 매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MSCI선진국지수 불발 가능성과 미실현 이익 과세 논의 소식 등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며 지수 하락세를 부추겼다”며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차익 실현 매도세도 지수를 끌어내린 요인”이라고 말했다.
레버리지 투자 상품이 지수 하락폭을 더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조정받는 국면에서 레버리지 상품이 이를 확대하는 데 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며 “투자자들이 당일 단타로 매매하다 보니 가격 폭이 클 수밖에 없고, 한쪽으로 쏠림이 나오며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초체력 이상 無…비중 확대 기회”
전문가들은 증시 기초체력에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와 유가 움직임 등이 양호한 점을 고려하면 기술적 조정”이라며 “코스피지수 상승 추세를 훼손할 만한 큰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지수가 단기 급등한 만큼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라며 “2분기 수출주 호실적과 국내 증시 주당순이익(EPS) 재상향 기대 등을 고려하면 실적주에 관심을 갖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국내 증시의 단기 방향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는 25일 공개되는 마이크론 실적과 인플레이션 지표인 5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꼽힌다. 마이크론 실적이 전망치를 웃돌면 국내 반도체 업종의 투자심리가 개선될 수 있다. PCE 지표가 예상치를 넘어서면 금리 인상 전망에 힘이 실리며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수 있어 증시에 부담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의 낙관적 전망을 유지하지만 단기 과열권에 도달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