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스타가 아니어도, 나이가 많아도, 영어를 못해도 간절한 꿈과 노력이 있다면 브로드웨이에 설 수 있다는 희망을 드리고 싶어요.”(뮤지컬 배우 아이비)
한국 무대에서 최다 ‘록시 하트’ 역할(592회)을 맡아 온 배우 아이비(43)가 뮤지컬 본고장에 진출한다. 그는 미국 뉴욕 앰버서더 극장에서 열리는 뮤지컬 ‘시카고’에서 여주인공 ‘록시 하트’로 무대에 오른다. 아이비는 8월 17일부터 9월 6일까지 3주간 24회 출연한다.
아이비의 미국 진출에 다리를 놓아준 공연제작사 신시컴퍼니는 23일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간담회를 열고 한국 배우 최초로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에 캐스팅된 아이비의 소감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뮤지컬 ‘시카고’는 1920년대를 배경으로 살인마저 쇼가 되는 냉혹한 미디어 세상을 풍자한 작품이다. 이야기는 남편과 여동생을 살해한 배우 ‘벨마 켈리’ 그리고 내연남을 죽인 코러스 걸 ‘록시 하트’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이날 아이비는 “한 우물을 오래 팠더니 엄청난 기회가 찾아왔다”며 “많은 분들의 도움 덕에 뮤지컬 본고장에서 공연하게 돼 영광스럽다”고 운을 뗐다. 아이비는 4년 전에도 오디션을 제안받았지만 언어 장벽과 용기 부족으로 한 차례 거절한 뒤 다시 기회를 잡았다.
3개월마다 영상 오디션이 이뤄졌고 최종 3차는 미국 여행 중에 준비해야 했다. “클래식 피아노 반주자들에게 세번이나 거절을 당했는데 기적처럼 현지 아주머니께서 반주를 해주셨어요. 영상 촬영도 그 분 집 거실에서 했죠.”
다음주 뉴욕에 가는 아이비는 “한국어 버전에서 담지 못했던 1920년대 미국 특유의 날선 풍자, 섹슈얼한 은유의 재미가 영어로는 온전히 느껴진다”며 “원어가 주는 매력을 무대 위에서 살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