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가 글로벌 기술주 약세와 반도체주 급락 여파에 무너졌다. 코스피지수는 10% 가까이 폭락하며 단숨에 8200선으로 후퇴했고, 코스닥지수도 8% 가까이 하락했다. 장중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올해 네 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910.49포인트(9.99%) 내린 8204.06에 거래를 마쳤다. 910.49포인트는 역대 최대 낙폭이다. 이날 장중 8% 넘게 급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결국 8200선으로 밀렸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후 2시33분43초부터 20분간 유가증권시장 매매거래를 중단했다. 코스피가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서 서킷브레이커 발동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코스피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올해 들어 네 번째이자 역대 열 번째다.
앞서 오전 11시40분44초에는 코스피200선물지수가 5% 이상 하락하면서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매도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코스닥시장 역시 이날 오전 9시6분2초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동시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지난 8일 이후 15일 만이다.
이날 급락은 미국 기술주 약세와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국내 증시로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1.3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37% 하락했다. 인공지능(AI) 관련주를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된 데다 AI 인재 유출 우려가 겹치며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개인이 11조1116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조7917억원, 5조486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대부분 두 자릿수에 가까운 낙폭을 기록했다. 전날 대장주에 등극한 SK하이닉스는 12.47% 내린 255만5000원, 삼성전자는 12.31% 하락한 31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밖에 삼성전기(-10.68%), 삼성물산(-12.50%), 현대차(-12.05%), 기아(-9.25%), HD현대중공업(-7.55%) 등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다만 시가총액 1위 자리는 SK하이닉스가 지켜냈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약 1820조원으로 삼성전자(약 1812조원)를 웃돌았다. 양사 시총 격차는 약 8조6000억원으로, 시총 2000조원대 기업 기준으로는 0.5% 수준에 불과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6.85포인트(7.94%) 내린 891.55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102억원, 135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463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1원 오른 1539.1원에 거래를 마쳤다.
김연지 한경닷컴 기자 kong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