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향평가는 개발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조사·예측하고 저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제도다. 개발과 환경보전 사이의 균형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로서 기능하며,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적·사회적 갈등을 예방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환경영향평가가 사업계획이 상당 부분 확정된 이후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절차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다. 이로 인해 사업 초기 단계에서 충분히 검토되었어야 할 환경적 쟁점이 뒤늦게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 환경분쟁 사건을 살펴보면 사업 승인 이후 주민들의 반대나 행정소송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분쟁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사업 초기 단계의 환경조사, 대안 검토, 주민의견 수렴 절차 등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비롯된 경우가 상당수다. 즉 분쟁은 사업 승인 이후 발생하지만 그 원인은 이미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민 수용성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법률상 절차를 모두 이행했다고 하더라도 주민들이 환경적 우려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인식하는 경우 사업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법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신뢰와도 연결되는 문제다.
또한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정책이 강조되면서 환경규제의 내용 역시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업자는 단순히 현재의 규제 기준만을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강화될 가능성이 있는 환경기준과 지역사회의 요구까지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환경영향평가는 이러한 위험요소를 사전에 확인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환경영향평가는 개발사업을 지연시키기 위한 절차가 아니다. 오히려 사업자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지역사회와의 갈등을 최소화하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개발사업의 성공 여부는 사업 승인을 받는 순간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사업 초기 단계에서 환경적 위험요인을 얼마나 충실히 검토하고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했는지가 장기적으로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환경영향평가를 단순한 인허가 절차가 아닌 사업 리스크 관리의 핵심 과정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 허범행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환경전문변호사(법무법인 세일)